박태하 출판편집자

나는 K리그 성남FC의 팬이고,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2016년 문예지 '릿터'가 창간호부터 K리그 팬 에세이 연재를 요청했다. "아니, 많고 많은 문인들 두고 왜 나를? '책 쓰자면 맞춤법'을 쓴 게 전부인 편집자를?" 하지만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의문이었는지를 깨닫는 데에는 발끝을 떠난 공이 그물에 꽂힐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K리그 팬을 얼마나 찾아보기 힘든지는 내가 더 잘 아는걸….

부담스러웠지만 조심스럽게 기회를 잡았다. '전 국민이 축구팬인 나라의 아무도 보지 않는 리그'인 K리그는 프로야구에 치이고 해외 축구에 까이고 월드컵에 덮여 왔고, 그 한 줌 팬들은 "그거 하나도 재미없잖아" "그딴 걸 뭐 하러 봐"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며 괴로워하고 쓸쓸해했다. 이들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다. 무신경해서 아픈 말들에 대한 대답을 나 스스로도 찬찬히 찾아보고 싶었다.

그 와중에 나의 팀 성남FC는 연재 도중 2부 리그로 강등당했고, 연재를 마치고 나머지 원고를 채워 마무리 지을 때쯤 다시 승격했다. 자기 팀을 갖고 책을 쓰는 팬을 위해, 책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 전체를 불사른 사려 깊고 용기 있는 나의 팀 성남FC.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니 묻고 싶지만…. 그 '썩어 문드러져 갔던' 마음들 덕에 더 크고 더 많은 감정에 맞닥뜨릴 수 있었다.

'그깟 공놀이' 하나 좋아하는데 왜 이리 마음앓이를 할 구석이 많은지를 절절히 겪어 온 K리그 팬들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K리그에 관심 없던 분들께는 K리그라는 리그가, 그리고 그 리그에 마음을 주는 일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유혹을 보내고 싶었다. 꼭 K리그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것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삶이란 퍽 괜찮은 것임을 아는 모든 이에게 말을 건네는 마음으로 이 책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민음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