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스티아누 핵탄두(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저메인 대포동(저메인 데포), 시오 월북(시오 월콧), 함흥민(손흥민), 반미스텔루이(반니스텔루이)….
지난 2일 이탈리아 명문 클럽 유벤투스에 공식 입단한 북한 축구 선수 한광성(21)은 이미 국내 축구 팬 사이에서 수십개의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유명 인사'다. 세리에A 칼리아리(12경기 1골)와 세리에B 페루자(39경기 11골)를 오가며 3시즌(2016~2019) 동안 51경기 12골을 터뜨렸다. 북한 체육 당국이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유럽으로 보낸 축구 유망주 중 한광성은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그가 최근 이탈리아 최고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그동안 쉬쉬했던 논란거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광성도 외화벌이 노동자?
미국 관영 매체 VOA(미국의 소리)는 5일 "한광성도 북한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가 이탈리아 유벤투스로부터 받은 연봉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2017년 9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허가증 경신을 금지했고, 같은 해 12월엔 유엔 회원국 내 북한 노동자를 모두 본국에 돌려보내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경제 제재 속에서도 계속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하도록 만드는 재원(財源) 중 하나로 이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외화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허용하면서 대신 수입의 일정 비율을 '충성 자금'이란 이름으로 거둬왔고, 이 자금은 북한 노동당의 외화 관리 기관인 39호실로 들어간다.
VOA는 한광성이 유엔 결의안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질의를 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대표부는 지난 4월 UN에 '5명의 북한 국적자에 대한 비자 발급과 연장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제재 결의안 이행 중간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광성이 이 5명에 포함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연봉 70%는 북한 당국이"
FIFA(국제축구연맹)와 EA스포츠(게임제작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 사이트 SOFIFA는 한광성이 페루자 임대 시절 받았던 주급을 약 9000유로(1200만원) 정도로 추정한다. 외신들은 이를 기반으로 한광성이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주급이 2배 이상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광성이 매주 1만5000유로(약 2000만원)를 받을 경우 그의 연봉은 한화로 10억원이 넘는 셈이다.
북한 평양시체육단 소속 선수였던 탈북민 A씨는 "과거 러시아 1부 리그에서 뛰었던 홍영조는 북한 당국과 5대5 비율로 연봉을 나눴는데, 유엔 대북 제재로 인해 달러 확보가 더 절실해지자 선수가 가져가는 돈을 30%로 줄였다"고 말했다. 한광성의 연봉을 10억원으로 가정하면 북한 당국이 7억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VOA는 5일 한광성의 신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만약 유벤투스 구단이 한광성의 연봉이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보장하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면제를 요청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어떤 보장을 해도 한광성의 연봉 중 상당 금액이 북한 당국에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다. 탈북민 A씨는 "한광성이 북한 내 가족에게 송금하고, 북한 당국이 거기서 '충성 자금'을 떼어가면 그만"이라며 "북한 주요 인사와 기관 계좌만 거래를 금지하는 현행 결의안으로는 외화벌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3~4년 전부터 '충성 자금' 비율을 높이자 해외 진출 선수들이 자기 몫을 더 남기기 위해 구단과 '이면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해외 유명 1~2부 리그에서 뛰는 북한 국적 선수는 14명이다. 동아시아와 중국 하위 리그까지 합치면 30~40명 정도에 이른다. 정대세(35·시미즈)와 같은 재일교포 출신들은 북한 당국에 충성 자금을 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