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PD들이 잇따라 케이블TV와 방송제작사로 이적하면서 방송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MBC에선 '검법남녀' '군주'(2017년) '안녕, 프란체스카'(2005년) 등을 히트시킨 노도철 PD가 지난달 방송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로 옮기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고 시청률 9.9%(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의 성공 직후 이뤄진 이적이어서 "MBC 사측이 인력 관리에 소홀했다"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노 PD는 '검법남녀'의 후속 시즌 제작에 전념하기 위해 이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주변에선 "회사에서 '검법남녀 시즌3' 제작 결정을 미루는 사이 노 PD가 떠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도철, 오윤환, 김민석, 유호진

MBC에선 드라마 '미씽 나인' '남자가 사랑할 때'를 연출한 최병길 PD가 지난 2월 사표를 내는 등 인력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tvN '고교급식왕'(임수정 PD)과 '슈퍼히어러'(민철기 PD), JTBC의 '효리네 민박'(마건영 PD), '비긴어게인'(오윤환 PD) 등도 MBC 출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MBC 노동조합(소수 노조)은 4일 성명서를 통해 "엑소더스(대탈출)가 절정을 이루면서 구성원의 창의적 역량으로 살아가는 회사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졌다. '집토끼'부터 잡아 달라는 사내의 냉소 어린 시선들을 직시해 달라"고 밝혔다.

KBS도 남의 집 일이 아니다. '1박2일'로 이름을 알린 유호진 PD는 KBS와 계열사가 공동 출자한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을 떠나 올해 3월 CJ ENM에 자리 잡았다. tvN의 인기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KBS 출신 김민석 PD가 연출을 맡고 있다. '삼시세끼' '신서유기'를 히트시킨 나영석 PD도 KBS 출신이다.

한 KBS 관계자는 "수백억원 적자 소식에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며 "최근엔 신입 기자·PD들과 기술직 분야의 퇴사 소식까지 들려온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PD들로선 콘텐츠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곳으로의 이적을 원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지상파 이탈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