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교부가 지난달 칠레 푸에르토바라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가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APEC 의장국인 칠레의 외교관이 "APEC에서 두 나라 사이 문제를 제기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강현 한국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제3차 APEC 고위관리회의(SOM)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역사적 문제에서 기인한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역 규제 조치를 일방적으로 단행했다"며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훼손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칠레 푸에르도바라스에서 열린 제3차 2019 APEC 고위관리회의에 참석한 각국 외교통상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코 가시와바라 일본 경제산업성 특별통상교섭관은 "일본이 취한 무역 제재 조치는 무역 관리 운용 제도를 변경할 것일 뿐이며, 세계적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지역통합이나 무역 투자 자유화를 논의하는 APEC과는 무관한 문제로 한국 측의 발언은 유감이다"라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복수의 외교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APEC 의장국인 칠레 외무부 다자경제국장은 ‘한국의 발언은 유감이다. APEC에서 두 나라 사이 문제를 제기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윤 조정관의 발언과 교코 교섭관의 반론만 소개하고, 의장의 발언은 밝히지 않았다"면서 "한국 측이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