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왼쪽), 모테기

11일로 예정된 아베 정권의 개각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 후임으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이 부상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모테기 경제재생상이 외무상 등 주요 관직에 거론되고 있다"며 "지난 2일 아베 총리가 관저에서 모테기와 개별 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외무상 교체 여부는 이번 개각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자민당 주류인 '세습 의원' 출신이 아니다. 도쿄대 경제학과를 나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유학했다. 마루베니 종합상사, 요미우리신문, 컨설팅회사 맥킨지&컴퍼니 등 경쟁이 치열한 민간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뒤 1993년 중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아베와는 다른 파벌 소속이지만 일찌감치 신임을 얻었다. 최근 미국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에 따른 후속 작업인 일·미 무역 협상에서 합의의 큰 틀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교도통신은 "총리가 모테기 경제재생상의 실무 능력을 인정했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그를 권력으로 아랫사람을 찍어 누르는 스타일이라는 의미에서 '파워하라(power harassment)맨'(주간문춘), '관료 사회가 가장 무서워하는 정치인'(산케이신문)으로 묘사한다. 관료 조직을 틀어쥐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저승사자' 캐릭터인 것이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그가 온다는 소문에 외무성이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모테기는 고노에 비해 정치력이 뛰어나서, 최근 주요 외교 현안에서 외무성이 소외되고 경산성이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벗어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본 언론들은 개각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가 '골격을 유지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간 아베가 단행한 다섯 번의 개각 중 '골격 유지' 발언을 한 3차례만 소폭이었다. 그러나 내각 핵심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유임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자민당 2인자 역할을 하는 간사장 자리다. 현재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3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80세를 넘겼다. 후임으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이 거론된다. 수출 규제로 한국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과,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