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자

형부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집에서는 목 늘어난 티셔츠에 다 찢어진 잠옷 바지를 걸치고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리광을 부리는데 언니의 심기가 불편해 보일라치면 납작 엎드려 비위를 맞춘다. 반면, 밖에서는 잘 다린 셔츠와 단정한 바지를 차려입고 짐짓 점잔을 빼는데 자신이 피해 보는 상황이라도 일어날라치면 사나운 들개처럼 으르렁거린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형부는 음료를 만들 때 말도 못하게 깐깐하게 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얼음의 개수까지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까다로운지 감이 잡히시려나. "얼음 하나 넣어" "얼음 하나 빼" 형부의 지시에 따라 집게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은 마치 얼차려를 받는 군인 같다. 그런 형부와 함께 일하느라 몹시 긴장했던 어느 아르바이트생은 형부와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손을 벌벌 떨다가 음료를 바닥에 쏟아버리기까지 했단다.

어느 날, 한 아르바이트생이 나에게 물었다. "언니는 사장님이 무섭지 않으세요?"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대답했다. 형부가 일할 때나 성질부릴 줄 알지 집에서는 찍소리도 못 한다고.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착한 게 바로 우리 형부라고. 그러니 잘 지내보라고. 아르바이트생이 가재는 게 편이라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하긴, 나도 우리 형부 사회에서 만났으면 이를 갈았을지도 몰라. 뭐 저딴 인간이 다 있어? 하면서."

그동안 함께 일해 왔던, 그래서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집에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본다. 목을 꽉 조르는 넥타이를 풀고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설레는 마음으로 배달 음식을 기다리겠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들의 표정이 전에는 본 적 없이 순하기만 하다.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미워할 때 미워하더라도 한 가지의 얼굴만 미워하자고. 그럼 그를 향한 미움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