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0~30년간 운영했던 초등학생 대상 대회 3개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올해로 21년째인 서울시교육감배 수영대회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각각 34회와 37회를 맞는 학생탐구발표대회와 청소년과학탐구대회도 초등 부문을 없애기로 했다. 이 3개 대회는 참가자도 많다. 지난해의 경우 수영대회에 1200명, 과학 관련 2개 대회는 합쳐서 1만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했다.

이런데도 폐지하는 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교육 정책·사업 총량제)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각종 교육 정책과 사업을 올해 945개에서 2022년 662개로 30%가량 줄이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통 있는 학생 대회들까지 사라지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각종 대회가 많아 교사들이 출전 학생 선발에 애를 먹고 업무 부담이 큰 데다, 초등학생은 경쟁 위주 대회보다 놀이 위주 교육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초등학생 대상 대회를 폐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수영대회, 과학경진대회도 등수를 나누니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관계자는 "학교 업무를 줄이는 취지는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 떠밀려 학생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배려하자는 데 있다"며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까지 폐지해 버리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말했다.

◇'초등생 수영 큰잔치' 올해 마지막 대회

서울시교육감배 수영대회의 경우, 다이빙 부문만 선수와 비(非)선수로 나눠 진행하고 나머지 자유형·배영·평영·접영 등 경영(競泳) 부문은 선수 등록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 학년별로 참가해왔다. 선수가 아닌 초등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어 '초등학생 수영 큰잔치'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록을 측정하는 대회 방식이 적절하지 않고, 다이빙 종목은 초등 교육 과정에 없어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등수를 매긴다는 이유로 '경쟁 위주 대회'라고 못 박아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선혜 중앙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기록 측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 수영 강사는 "대회에 경쟁적 요소가 있다 해도 학생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얻는 교육적 효과가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대회 과정 자체를 신기해하고 즐겼다"며 "비록 순위 밖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과학 꿈나무' 대회 2개도 폐지

매년 4월과 10월 열리는 청소년과학탐구대회와 학생탐구발표대회의 초등 부문도 학생들 호응이 컸다. 청소년과학탐구대회는 과학 토론과 항공 우주 분야로 나눠서 학생들이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페트병으로 물로켓 만들기' 등의 실험도 한다. 지난 4월 대회에 초등생 1723명, 중·고교생 2만7063명이 참가했다. 학생탐구발표대회는 학생들이 직접 과학 관련 연구 주제를 선정해 보고서를 쓰고 발표한다. 지난해 초등학생 8385명, 중·고교생 4만8739명이 참가했다. 초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은 대회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즐기는데 등수 매기기라고 폐지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강대훈 서울여고 화학 교사는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껴 스스로 참가하는데, 해가 갈수록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아이들이 꿈을 키울 기회를 줄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