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가을을 즐기러 이젠 야외로 나가야 할 때. 선선한 날씨와 서정적인 풍경을 만끽하기에 자연 속에서 즐기는 캠핑만 한 활동도 없다. 그렇다고 원조 요정 '핑클'처럼 캠핑카를 장만하거나, 일일이 장비를 챙겨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요즘은 소풍처럼 가볍게 즐기는 캠핑인 '캠프닉(campnic, 캠핑+피크닉)'이 대세. 올가을 서울 도심에서 캠핑을 즐겨보자. 반나절도 충분하다.
한강에서 소풍처럼 즐기는 도심 캠핑
서울 도심에서 가장 편하고 쉽게 캠핑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 한강공원이다. 요즘 같은 날씨엔 당장에라도 한강으로 떠나고 싶지만 '캠프닉'이라도 챙겨야 할 준비물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럴 땐 최근 인기몰이 중인 한강 텐트 대여점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주로 여의도·뚝섬·반포·망원한강공원 입구에 몰려 있다. 원터치 텐트와 매트, 캠핑 의자, 테이블 등으로 구성된 세트를 3시간 내외로 빌려준다. 조명과 소품까지 더해주면 순식간에 한강에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다.
요즘 '핫'하다는 텐트 세트를 빌려 한강에서 캠프닉을 직접 체험해봤다. 뚝섬한강공원에선 피크닉109에서 '인싸세트'를 대여했다. 원터치 텐트와 엠보싱 매트, 에어베드와 피크닉 바구니 세트 등 인기 있는 아이템이 모여 있다. 피크닉 바구니 안에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선풍기, 꽃과 와인잔 등이 들어 있다. 특히 에어베드는 핑클 멤버들이 '캠핑클럽'에서 사용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아이템. 생각보다 에어베드에 바람을 넣기가 쉽지 않아 잔디밭을 여러 번 뛰어다녀야 했지만, 직접 누워보니 편안하고 튼튼했다. 원터치 텐트는 설치는 쉽지만 접는 게 어려워 반납 때 고군분투해야 했다. 모든 용품은 왜건(이동식 짐차)에 실어 이동하는데 '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설치부터 반납까지 간단하게 도와준다. 조재홍(37) 대표는 "몸만 와서 편하게 한강에서 쉴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다"며 "친구나 커플, 회사 동료, 가족 등 이용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피크닉109는 여의도와 망원한강공원에도 지점이 있다. 홈페이지에서 지점별 예약 가능.
여의도한강공원에선 갑자기피크닉에서 '효리네피크닉'을 대여했다. '효리네민박'에 등장했던 그늘막 텐트와 피크닉 매트, 테이블, 엠보싱매트, 좌식의자 등으로 구성됐다. 그늘막 텐트는 설치도 쉽지만 접기도 쉽고 가벼웠다. 원터치 텐트에 비해 아늑하진 않아도 산뜻한 색감과 흔치 않은 디자인이 돋보였다. 2017년 문을 연 갑자기피크닉은 한강 텐트 대여의 선발주자. '혼족'을 위한 '혼자서도 잘해요'와 반려견 동반객을 위한 '해피메리초코쫑', 생일 파티를 위한 '강려크 생추크' 등 세트 종류도 다양하다. 고객층도 다양하다. 류진우 대표는 "여의도한강공원에선 중국, 일본 등 외국인들도 텐트를 대여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다양한 세트 확인과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캠핑 대신 하루쯤은 소풍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한강에서 피크닉 세트를 빌려주는 업체나 카페도 많아졌다. 피크닉 세트는 피크닉 바구니 안에 매트와 소품 그리고 간단한 먹거리를 넣어주는 식이다. 피쿠닉의 '피쿠닉세트'는 김밥과 샌드위치, 음료와 간식까지 들어 있어 한 끼로도 손색없다. 한강에서 소풍 도시락을 먹는 기분.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김밥과 샌드위치, 간식을 틴케이스에 담아주는 센스가 돋보인다. 원터치 텐트를 함께 보내줘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도 하고, 캠프닉 기분을 낼 수도 있다. 뚝섬한강공원에서 딜리버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용 시간 4시간. 네이버 예약에서 사전 예약 필수.
한강공원에서 캠프닉을 즐길 땐 그늘막 허용 범위를 꼭 기억할 것. 공원마다 허용된 장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설치 가능하다. 허용되는 그늘막은 2m×2m의 소형 그늘막. 반드시 두 면 이상 개방해야 한다. 고정 팩 사용도 금지다. 위반 시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3회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쓰레기 수거도 필수다. 위반 시 과태료 10만원.
장비·경험 없어도 OK, 서울 도심 속 캠핑장
서울 도심에도 캠핑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 캠핑장이라고 해서 캠핑 경험이나 장비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모든 시설을 갖춘 글램핑장이나 카라반, 텐트부터 필요한 용품을 대여해주는 캠핑장도 있다. 서울 진관동 북한산캠핑장은 글램핑과 카라반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 멀리 떠나지 않고도 글램핑과 카라반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서울 유일의 캠핑장이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아 조용하고 숲과 어우러진 풍경이 서울이면서도 멀리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글램핑과 카라반 캠핑은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별다른 준비나 경험 없이도 편안한 캠핑을 즐기기 좋다. 샤워실과 화장실을 비롯해 바비큐장, 수영장, 매점 등 편의 시설이 마련돼 있고 음식 재료나 필요한 물품은 근처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을 이용하거나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쉽다. 박정영 대표는 "서울에서 차 없이도 글램핑과 카라반 캠핑을 즐길 수 있고, 서울이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보니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했다.
난지캠핑장은 한강변에 자리한 서울의 대표적인 캠핑장이다. 캠핑을 하지 않고 식사나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피크닉 이용객들이 많아 늘 붐비지만 임대 텐트를 이용해 캠핑하는 사람들도 많다. 난지캠핑장에선 텐트부터 캠핑에 필요한 물품들을 대여해 사용할 수 있어 도심에서 부담 없이 캠핑을 즐기기 좋다. 4인용과 6인용 가족 텐트부터 4~6인부터 15~20인까지 이용 가능한 몽골텐트가 있으며, 이동식 그늘막과 테이블 세트, 모포, 랜턴, 침낭 등은 대여 가능하다. 직장인 박은정(35)씨는 "올여름 난지캠핑장에서 처음 캠핑을 해봤는데 캠핑의 낭만을 즐기긴 어려웠지만 도심에서 가깝고 몸만 와서도 간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피크닉은 예약 없이 당일 이용 가능하며, 텐트는 인터파크에서 예약해야 한다.
청계산 인근에 위치한 서울대공원캠핑장에선 숲과 계곡 사이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서울대공원과 국립현대미술관까지 한 번에 즐기기 좋다. 4인용 텐트와 매트, 침낭, 모포, 가스버너, 바비큐 그릴 등을 대여해줘 가볍게 캠핑을 할 수 있다. 피크닉도 가능하다. 캠핑 구역 이외 계곡 옆과 데크 등 자유 이용 공간에 돗자리나 의자 등을 펴고 간단한 취사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피크닉은 예약 없이 당일 이용 가능하며 텐트의 경우 매월 15일 오후 2시부터 홈페이지에서 다음 달 예약을 시작한다. 서울대공원캠핑장은 11월 10일까지 운영된다.
서울 강동구 일자산자연공원에 자리 잡은 강동그린웨이가족캠핑장은 숲속에서 도심 속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가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과 텐트와 매트를 대여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가족 캠핑장이 있어 간편하게 캠핑을 경험해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매월 5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달 예약을 시작한다. 강동그린웨이캠핑장은 11월 30일까지 운영된다.
캠핑 낭만 즐길 수 있는 바비큐 맛집
캠핑의 낭만이라면 바비큐를 빼놓을 수 없다. 바비큐와 캠핑 분위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맛집을 찾는 것도 도심에서 캠핑을 즐기는 쉬운 방법. 서울 도봉동 인디안소울은 텐트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캠핑 레스토랑이다. 도심이지만 도봉산과 수락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텐트가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서울 외곽의 캠핑장 같다. 캠핑 의자와 바비큐 그릴이 준비된 텐트 안에서 오붓하게 바비큐 파티를 즐기노라면 캠핑장에 와있는 기분마저 든다. 직장인 한승우(40)씨는 "캠핑장에선 재료도 직접 준비하고 불과 연기와 싸워야 하는데 이곳에선 초벌된 고기를 간편하게 구워서 먹을 수 있고 캠핑 분위기를 느긋하게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텐트 내에는 일반 텐트와 달리 냉난방 시설을 설치해 여름이나 겨울에도 쾌적하다. 오겹살과 목살, 수제 소시지, 대하구이, 등갈비 바비큐로 구성된 세트 메뉴와 국내산 민물장어를 판매하며, 캠핑 느낌 물씬 나는 캠핑라면이 별미다. 예약 필수, 텐트 이용 시간은 3시간이다.
난지한강공원 상암선착장의 와이키키마켓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즐기는 선상 바비큐도 색다르다. 도심에서 캠핑장에 온 듯 야외에서 숯불 그릴에 고기를 구워 먹기란 쉽지 않은 일. 캠핑장에서처럼 불과 연기와의 사투를 벌여야 하지만 주변 풍경과 분위기, 일몰과 야경이 몇 배의 보상을 해준다. 메뉴로는 한돈목살바비큐세트와 한돈삼겹살바비큐세트, 한우꽃등심세트, 소고기등심세트 등이 있으며 고기와 숯불, 그릴, 새우, 소시지, 떡, 버섯, 쌈 채소, 김치 등이 포함돼 있다. 바비큐가 끝나고 1층 매점에서 판매하는 라면으로 한강의 낭만까지 즐겨보길 권한다. 사전 예약 필수. 한강이 보이는 자리에 앉고 싶으면 예약을 서두르는 게 좋다. 테이블 이용 시간은 3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