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오늘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신인감독 용수가 30일 오전 서울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자신의 첫 상업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MANFILM쇼박스)을 기획한 의도에 대해 “어떻게 사는 게 진정한 오늘을 소비하는 것인지 관객들에게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라며 이 같이 전했다.
코믹 드라마 영화 ‘퍼펙트맨’은 까다로운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와 철 없는 건달 영기(조진웅 분)가 사망보험금을 놓고 벌이는 코미디 장르극이다. 설경구가 로펌 대표 장수를, 조진웅이 건달 영기 역을 맡았다.
코믹 장르를 지향하지만, 장치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과 차진 대사를 통해 자연스러운 웃음을 안기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간략한 내용을 살펴보면 한탕 인생을 사는 건달 영기는 조직의 보스에게 7억 원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지만 전액을 날려 빚 더미에 앉는다. 한편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로펌 대표 장수는 이런 영기를 설득해 자신의 일을 성공적으로 도와주는 조건으로 사망보험금을 내건다.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용수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첫 번째 장편 상업작이다. 그는 이날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첫 작품에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과 할 수 있는 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며 “제가 전생에 나라를 두 번 구한 거 같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이렇게 셋이 같이 있는 거 자체가 실감이 안 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1일 크랭크인 해 올 1월 21일 촬영을 마쳤다.
그러면서 용수 감독은 ‘퍼펙트맨’에 대해 “극과 극의 (위치에 놓인)장수와 영기의 인생 반전 코미디”라고 정의하며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서로를 만난 두 인물의 상극 케미스트리를 중심으로 영화를 봐주시면 재미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용수 감독은 2000년대 초반 사고로 인해 신체 마비 증상을 겪어 생활 반경이 제한된 삶을 살았던 적이 있는데 자신의 과거를 일부 반영해 장수 캐릭터에 녹여냈다고 한다. 이후 외할머니를 하늘로 떠나 보내고 슬픔을 느끼면서 사람들이 과연 오늘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제대로 느끼고 있을지 묻고 싶어 ‘퍼펙트맨’을 만들게 됐다.
이에 감독은 “제가 사고로 신체 마비를 겪은 적이 있었다"라며 “소중한 분을 떠내 보내는 과정에서 (많은)고민을 했다”며 “장수와 영기라는 두 캐릭터를 통해 제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보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맡은 장수 캐릭터에는 용수 감독이, 외할머니가 살아있던 시절 머물던, 요양원에 방문했을 때 만난 한 남성의 모습을 담았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지키려는 그만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요양원에서도 슈트를 입는 그 남자를 모티프로 삼았다.
이에 설경구는 “장수는 의상부터 모든 것에 신경을 쓰는 고학력 변호사”라며 “몸이 불편한 인물이라 제가 표정으로만 연기해야 하는 답답한 면도 있었다. 다만 얼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고 캐릭터를 표현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준비 과정에서 제가 특별히 할 게 없었다.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아니라 상황에 맡겼다”고 덧붙였다.
설경구가 이 영화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캐릭터와 후배 조진웅. “책이 재밌어야 했는데, 감독님이 웹툰을 그리시던 분이라서 그런지 제 얼굴과 함께 책을 보내주셨다”며 “제가 여태까지 안해본 캐릭터라, 새로운 얼굴을 그려볼 수 있겠다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진웅이 먼저 캐스팅됐는데 ‘요즘 조진웅의 흥행 기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선택을 믿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데뷔 후 처음 만난 두 배우가 보여줄 코믹 케미스트리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2018년은 조진웅의 해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흥행력은 대단했다.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 ‘공작’(감독 윤종빈),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까지 3연타 흥행을 날렸기 때문.
이에 조진웅은 “요즘엔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화답하며 “설경구 선배는 제 인생의 롤모델이다.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연기 롤모델이었다”고 털어놨다. 군 복무 시절 휴가 중에 설경구의 공연을 보고, 그의 연기력에 반했다는 설명을 보탰다.
용수 감독은 “두 분의 만남만으로도 볼 게 있는 영화”라고 홍보하며 “두 캐릭터가 보여주는 교감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볼 만한 코미디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설경구는 “‘퍼펙트맨’은 웃기려고 작정한 코미디는 아니다. 조진웅과 제가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일상적인 웃음이 나오도록 했다”며 “’광복절 특사’(감독 김상진, 2002)에서는 인물의 과장된 몸짓이 있었지만 ‘퍼퍽트맨’은 아니다. 대사와 상황을 통한 웃음이 있다”라고 비교했다.
한편 조진웅, 설경구 이외에도 ‘연기파 배우’이자 대세로 떠오른 배우 진선규가 영기의 친구 대국 역할로 출연하며 조직의 보스 범도 캐릭터는 배우 허준호가 맡았다.
더불어 일상 사진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김사랑이 변호사 은하 역을 맡았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캐스팅 단계부터 관심이 쏠렸던 바. 김사랑의 마지막 영화는 ‘라듸오 데이즈'(감독 하기호, 2008)다.
용수 감독은 김사랑의 캐스팅에 대해 “김사랑의 친남동생이 제 사무실에 놀러왔었다. 그가 ‘우리 누나한테 줘도 되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왜?’라고 물었는데 ‘누나가 김사랑’이라고 하더라.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가 진짜 김사랑의 친동생이었다”며 “크지 않은 역할인데 설경구 조진웅과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해서 출연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오늘의 가치를 담은 ‘퍼펙트맨’은 오는 10월 초 스크린에 찾아온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