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가 지난 27일 IT 기업 ‘마이다스아이티’ 본사에서 AI 면접을 체험하고 있다. 약 60분 걸리는 면접 시간 동안 카메라 밖으로 얼굴이 나가서는 안 된다.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 PPT 면접…. 취업 준비생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이다. 맙소사. 이게 끝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기사 이세돌을 꺾은 지 1000여 일. 똑똑한 AI는 이제 취준생 면접도 담당한다. 사람 아닌 기계를 상대하는 건 처음. 취준생들은 "감정 없는 AI에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한다.

AI 면접관을 채용하는 기업이 올해 말까지 약 1000곳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육사도 사관생도 선발에 AI 면접을 시범 실시하는 등 2022년까지 전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신입생 선발에 AI 면접을 활용할 예정이라는 대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AI 면접 공략법'이 뜨고 있다. 3만~5만원을 내고 듣는 3시간짜리 특강이다. "키워드 위주로 이야기하라" "눈을 크게 뜨고 자신감 있게 임하라"…. 두세 가지를 빼면 일반 면접에도 적용되는 가이드였지만 강연장은 늘 북적인다.

AI 면접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용을 절감하고 지원자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거짓말 탐지기 수준에 불과한데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은 과하다" 등등 다양하다. AI 면접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과장일까. '아무튼, 주말'이 그 속을 파헤쳤다.

AI 면접이란 무엇인가

지난 27일 AI 면접을 체험하러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IT 기업 '마이다스아이티'를 찾았다. 현재 700여 개 기업에서 사용하는 면접 프로그램 'inAIR(인에어)'를 개발한 곳이다. 실제로는 컴퓨터, 카메라, 마이크만 있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기자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영업 파트에 지원했다. 사람 눈이 아닌 카메라를 보고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웃는 표정을 계속 지었다. 면접이 끝나고 나니 안면 근육이 욱신거렸다.

AI 면접은 크게 세 종류로 구성된다. 화면이 던지는 질문에 카메라를 보고 답하는 게 그중 하나다. 자기소개, 성격의 장단점 등 준비한 대답을 한다. '급한 업무가 생겨 휴가를 미뤄야 하는 상황에 팀장에게 할 말은?'이라는 질문이 뜬다. 답변 준비 시간은 30초. 길게는 90초 동안 카메라를 향해 말해야 한다.

나머지는 객관식이다. '나는 가끔 화를 주체할 수 없다'와 같은 문항에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6점 척도 중 하나를 마우스로 클릭한다. 짧은 시간 안에 풀어야 하는 사고력 게임도 진행한다.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신 게임을 풀어가는 방법이나 학습 능력을 표정과 음성, 반응 패턴 등으로 확인한다.

프로그램은 도출된 결과를 지원 기업 내 우수 사원의 AI 면접 반응 패턴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한다. 높은 성과를 낸 직원과 얼마나 비슷한지에 따라 면접 결과가 S, A, B, C, D등급으로 표시된다. 지금까지 축적한 다른 기업 고성과자 6000여 명의 데이터도 입력돼 있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설정하기에 따라 고성과자뿐 아니라 동료 직원과 유사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큰 지원자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표정을 달리하면 고득점? 거짓

이날 면접은 두 번을 봐야 했다. "AI 면접관에게 고득점 따는 방법이 있다"는 취업 준비생 사이 풍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으로 알려진 건 표정. 60분 동안 눈은 크게 뜨고 입꼬리는 내려가면 안 된다고 한다. 이에 첫 번째 면접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임했다. 두 번째는 눈에 힘을 주고 입꼬리를 한껏 올렸다.

하지만 AI는 두 번 모두 기자의 표정을 비슷하게 분석했다. "신뢰하기 어려운 말투나 표정을 보인다" "대체로 활기가 없다"는 평가였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얼굴에 64개 포인트를 둬서 눈 깜빡임, 안면 근육 등 무의식의 영역까지 분석한다"고 했다. 실제로 같은 사람을 표정, 복장 등을 바꿔가며 면접 보는 실험을 했지만 대부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AI에 익숙해지면 고득점? 거짓

AI 면접 노하우를 알려주는 한 강사는 "나오는 게임이나 질문의 패턴은 한정돼 있어 많이 볼수록 고득점을 받는다"고 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프로그램 '인에어'는 단순한 정답률만이 아니라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패턴을 발견하는지 역량을 본다. 기자는 두 번 연속 응시했지만 38점과 41점으로 결과가 비슷했다.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두 차례 응시한 지원자의 결과 차이는 0.5~3.5점으로 미비한 수준이었다. "무엇이든 여러 번 하면 익숙해지니 그 정도 숙련도는 예외"라고 한다.

적극적인 말투는 고득점? 진실

두 번 모두 웅얼거리는 말투로 임했다. 소극적인 태도인데, 표정으로만 점수가 갈리는지 알고 싶었다. 결과는 80점 만점 중 평균 39.5점. S~D등급 중 C등급(미흡)을 받았다. 개발 관계자는 "말투, 표정 등을 분석하기 때문에 영업 직군에서는 웅얼거리기보다는 밝은 목소리가 고득점 요인"이라며 "다른 직군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면접에서도 통용되는 팁이긴 하다.

AI가 응시자의 답변을 이해하는가? 거짓

AI에만 통한다는 비법은 없었다. 그러나 체험이 끝나고 자문한 전문가들은 "'AI 면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의 AI는 1분 이상 대화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지원자가 카메라를 보며 답변하는 내용은 AI가 해석할 수 없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논리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쓰는 단어나 짓는 표정으로 풍기는 분위기도 면접의 포인트 중 하나"라고 했다. 녹화된 영상을 인사팀이 따로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성의 없는 대답은 금물이다.

AI라기보다 빅데이터 기술? 진실

"AI 면접이라고 하면 공포심이 생기지만 사용하는 기술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금 AI 면접은 지원자의 면접 결과가 높은 성과를 낸 동료와 유사한지 확인해 직원의 미래를 추측한다. 이 기술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사용하는 추천 알고리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경력 10년의 IT 개발자는 "다양한 구성 요소를 연결지어 유사성을 찾는 추천 알고리즘은 빅데이터 기술"이라며 "빅데이터도 이론적으로는 AI 기술이지만 대중이 떠올리는 AI와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선발 기준을 사내 고성과자에 두면 다양한 인재를 채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고성과자라면 5~10년 경력 또는 그 이상일 텐데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사한 인력만 채용하면 '고인물'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몇몇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채용 과정이 투명하다는 인상만 주고 실제로는 반영하지 않는 회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까지 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AI 면접 관련 부정확한 정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더 많은 지원자가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프로그램을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