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와 이용자가 나눈 대화를 계약업체 직원들이 듣도록 한 것에 대해 28일(현지 시각) 공식 사과했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제기된 시리와 관련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검토한 결과, 우리는 스스로의 높은 이상(理想)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점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 기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시리를 호출했을 때 작업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평가(Grading)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협력사 직원 300명을 동원해 사용자-시리 간 녹음파일을 분석한 뒤 이를 성능 개선에 활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영국 일간 가디언이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런 사실을 폭로하면서 이달 초 해당 작업을 중단했고, 이날 공식 사과 발표를 한 것이다.

애플은 이날 성명에서 "고객들이 그레이딩이라고 불리는 시리의 품질 평가 과정(시리와 이용자간 대화 녹음을 협력사 직원들이 청취한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한 우려를 우려를 듣고, 시리의 요청에 따른 이용자 녹음 파일 평가를 즉각 중단했다"고 했다. 이어 시리 소프트웨어가 이런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 가을까지 업데이트할 예정한 뒤 평가 서비스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용자 음성 파일을 동의 없이 내부 정보 등으로 활용하는 것은 애플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이 수백명의 외부 직원을 고용해 자사 서버에 저장된 이용자 음성 녹음을 글로 옮겨 적어 파일로 보관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에게 제3자가 음성 대화를 사후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페이스북은 이런 보도가 나온 뒤 "이용자들의 음성 녹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아마존이 세계 전역에서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Alexa)에 녹음된 사용자의 명령을 ‘성능 개선’을 명분으로 녹취해온 사실이 알려졌고, 구글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사용자 음성을 녹취해오다 문제가 불거진 뒤 중단하겠다고 했다.

애플은 앞으로 초기 설정상 시리와 주고받은 대화에 대한 음성 녹음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고객들이 시리 성능 향상을 위해 관련 음성 파일을 공유하는 데 동의한다면, 자사 직원들을 통해서만 이를 청취·분석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시리가 ‘오작동’으로 녹취한 음성에 대해서도 즉각 파일을 삭제할 방침도 밝혔다. 다만 애플은 "시리 성능 향상을 위해 컴퓨터로 생성한 녹취록은 계속 사용하겠다"고 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가 기업 기밀 정보 유출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기관의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BM은 직원이 시리에게 내리는 음성 명령이 모두 데이터화돼 애플 서버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사 임직원들에게 시리 사용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