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한국의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한·일 간 최근 다툼을 감안할 때 '리앙쿠르 암초'(독도의 미국식 표기)에서 군사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증가한 규모는 진행 중인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했다. 다른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독도 방어 훈련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들이다.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했다.

우리가 독도 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한 1986년 이후 미국이 이에 대한 이의 제기를 공개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독도는 일본이 국제 분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엄연히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영토다. 영토 수호 훈련이라는 주권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은 정상적인 동맹 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은 우리 훈련을 문제 삼지 않았다. 얼마 전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때도 미국은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분명히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한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이로 인한 한·미 관계의 균열이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독도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규모'를 모두 찍어 비판했다. 이번 훈련을 한국의 순수한 영토주권 수호 목적이 아니라 반일(反日)의 국내 정치적 조치로 본다는 의미다. 군은 그간 미뤄왔던 훈련을 광복절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맞춰 실시했다. 훈련 목적에 부합하는 해병대 외에 육군 특전사가 참가한 것도 처음이다. 이 모든 것이 청와대 의중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를 뻔히 아는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와 연이은 독도 훈련이 문 정권의 국내 정치적 목적에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일 갈등에 중립적 입장을 지키던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 이후 사실상 일본 편을 들며 한국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은 '미국과 조율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고 "실망" "문 정부의 심각한 오해" 등 동맹 사이에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으로 한국을 비난했다. 그러더니 '주한미군이 위험해졌다'에 이어 독도 훈련까지 비판하고 나온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까지 한국이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도 했다.

미국이 독도 훈련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외교 참사다. 일본의 '독도 분쟁화'가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싸운다면서 일본 좋은 일은 다 만들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는 이 심각한 외교 실패에 대한 반성·자성 목소리 하나 없다. 지소미아 파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 이들이 곧 반미(反美) 정서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안보의 버팀목인 한·미 동맹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경제가 입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