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4학년인 김현수(26)씨는 요즘 일요일마다 '농부'가 된다. 대학 연합 도시농사 동아리 '인텔리겐치아' 회장인 그는 서울 관악구청에서 분양받은 봉천동 텃밭에서 회원 47명과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키운다. 김씨는 "회원들과 함께 흙을 만지고 평상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옥수수 껍질을 까면 취업 스트레스가 '힐링(치유)'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도시농업 동아리 '스푼걸즈'에서 활동 중인 김모(24)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치열한 학점 경쟁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고 했다.

지난 6월 대학연합 도시농사 동아리 '인텔리겐치아' 회원들이 서울 봉천동의 한 텃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요즘 대학가에는 창업, 재테크, 스펙 쌓기 등과 거리가 먼 활동으로 소소한 위안을 얻으려는 '힐링 동아리'가 인기다.

대학가에 '힐링 동아리'가 인기다. 산악회 같은 전통적인 동아리나, 비즈니스 영어 회화나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 창업이나 재테크 동아리는 예전보다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한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오히려 취업과 무관한 동아리 활동으로 소소한 위안을 얻으려는 대학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내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는 인기있는 힐링 동아리 중 하나다. 연세대 '연냥심', 홍익대 '멍냥부리', 고려대 '고고심', 경희대 '쿠캣', 한양대 '십시일냥' 등이 활동 중이다. '연냥심' 회장 민경준(23)씨는 "특별히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캠퍼스를 오가며 밥도 챙겨주고 구조활동도 하면서 고양이를 돌봐주면 된다"고 했다. '멍냥부리' 회장 민태홍씨는 "올해 신규 부원 모집에 100명 넘게 지원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전통 활쏘기를 하는 국궁 동아리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힐링 동아리는 기존 동아리들이 부원들에게 관행적으로 요구하던 '의무 출석일'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생 김동현(24)씨는 "무조건 얼굴을 비춰야 하고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활동에 부담을 느낀다"며 "힐링 동아리는 활동할 사람은 하고, 못 오는 사람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