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MSG 없는, 슴슴하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평양냉면 같은 멜로 영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레트로 감성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무비락·정지우필름·필름봉옥 제작)을 연출한 정지우(51) 감독. 그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유열의 음악앨범'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0월 1일 시작, 2007년 4월 15일까지 KBS Cool FM을 통해 13년간 방송된 동명의 라디오를 배경으로 그 시절 소중했던 추억과 가슴 아픈 첫사랑,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명곡들을 다룬 정통 멜로다. 기적처럼 마주치며 시작된 인연이 우연처럼 어긋나면서 애틋하게 사랑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로 늦여름 극장을 찾은 정지우 감독은 '사랑니'(05) 이후 14년 만에 정통 멜로에 도전, 특유의 농밀하고 섬세한 감정선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충무로 멜로 기근에 조심스레 꺼내든 '유열의 음악앨범'은 정지우 감독의 뚝심이 고스란히 묻어난 웰메이드 멜로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유열의 음악앨범'은 흥행 멜로 '건축학개론'(12, 이용주 감독) '지금 만나러 갑니다'(18, 이장훈 감독)를 잇는 명품 멜로로 등극, 개봉을 이틀 앞둔 오늘(26일) 전체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멜로 영화가 전체 예매율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8월 22일 개봉한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 이후 1년 만이며, 또한 사전 예매량 4만장을 돌파한 '유열의 음악앨범'은 역대 멜로 영화 최고 흥행작인 '늑대소년'(12, 조성희 감독)과 '건축학개론' 및 '너의 결혼식'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개봉 전 사전 예매량을 모두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오랜만에 정통 멜로로 컴백한 정지우 감독은 뜨거운 반응 속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중. 8월 말 극장가 용기있게 출사표를 던진 정지우 감독은 "어쩌다 보니, 또 하다 보니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멜로 장르는 감독인 내 의지만으로 되는 영화가 아니더라. 다른 감독들은 물론 제작자들 역시 멜로 장르가 영화 장르 중 가장 만들기 어려운 장르라고 했는데 '유열의 음악앨범'을 만들면서 멜로 장르의 어려움에 대해 또 한 번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단 요즘 극장 시장에서 장르적으로 멜로의 힘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건축학개론' 이후 이렇다 할 멜로 영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건축학개론'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훌륭한 멜로 영화라고 생각한다. '건축학개론'은 남성의 눈에서 본 첫사랑 이야기며 상대로부터 영향을 받은 첫사랑 이야기다. 반면 '유열의 음악앨범'은 여성의 눈에서 본 첫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또 상대에게 영향을 받기보다는 내면의 성향과 기질이 영향을 미친 첫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열의 음악앨범'은 '건축학개론'과 비슷하지만 다른, 첫사랑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또한 "요즘 영화들은 세고 강렬하다. 또 의심이 커지고 반전의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는 영화라고 소문이 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간이 센 음식만 먹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기분도 든다. 때로는 굴과 가지 같은 말캉한 맛도 필요한 것 같다. 한마디로 자극적인 강렬한 맛은 없지만 길게 울림이 남는 영화를 보고 싶은데 '유열의 음악앨범'이 그런 관객의 갈증을 채워주길 바란다"며 '평양냉면 같은 영화'라는 본지의 평에 "그렇다. 우리 영화는 딱 평양냉면 같다. 슴슴하지만 한번 매력을 느끼면 계속 당기는 맛이 있는 영화다. 평양냉면처럼 귀한 맛을 남기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남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신승훈, 이소라, 핑클, 루스드폴 등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많은 인기를 받았던 대중가요는 물론 제과점, 라디오, PC통신까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과 기억을 상기시키는 추억의 명곡과 소품으로 가득 채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정해인과 김고은의 탄탄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앞서 2017년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으로 짧지만 굵게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닿을 듯 닿지 않는 엇갈리는 인연의 그 여자 미수와 다가가도 다가갈 수 없었던 엇갈리는 인연의 그 남자 현우로 또 한 번 케미스트리를 발산, 국보급 멜로 커플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정지우 감독은 멜로 기근에도 '유열의 음악앨범'을 만들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이처럼 국보급 '멜로 케미'를 선사한 '귀한 배우'의 활약을 꼽았다.

정지우 감독은 "멜로는 장르 특성상 남녀주인공이 흥행과 매력에 있어 어느 정도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로 배우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운이 좋아 김고은, 정해인이라는 멜로 대표 배우를 만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내겐 두 배우가 굉장히 귀하다"고 애정을 전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MBC '봄밤'을 통해 '멜로 장인'으로 등극한 정해인을 향해 "일단 멜로에 있어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대중들이 멜로에 있어서 그 어떤 배우보다 신뢰하고 있다는 소리다. 처음에는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세 작품 연달아 멜로를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했는데 각각 캐릭터도 다르고 대중의 반응 역시 '정해인의 멜로를 계속 보고 싶다'라는 평이다. 실제로 최근 일반 시사회에서 종영 무대인사를 갔을 때 관객들이 만족감을 표현했다. 귀한 배우임은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정해인도 정해인이지만 무엇보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의 7년 만에 재회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지우 감독은 '은교'(12)를 통해 김고은을 발탁한바, '은교'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고은은 이후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매력을 전하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것. 김고은에겐 지금의 김고은을 만든 은인 중 하나다.

정지우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감독으로도 김고은은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김고은의 처음을 함께했고 이어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 작품이긴 하지만 김고은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면서 보게 됐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는 "내가 '유열의 음악앨범'을 촬영하면서 김고은에게 놀란 순간이 많은데 그중 은자(김국희) 언니의 딸(심달기)을 혼내고 난 뒤 수제비를 먹는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김고은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나이 이상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 '은교' 당시 여고생,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의 모습이었고 지금은 성숙한 커리어우먼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김고은은 감독이 원해서 만든 장면이 아니라 자신의 연기적인 감각으로 기대 이상의 장면을 뽑아냈다. 내가 조금 기다리고 있으면 원하는 장면을 알아서 훌쩍해내는 노련한 배우로 성장했다. 김고은의 데뷔작을 함께한 감독으로 이런 성장이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자부심도 크다. 지금 내 욕심으로는 김고은과 어느 순간 또 한 번 영화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 김고은도 나도 정말 잘 살아 좋은 영화를 다시 한번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김고은, 정해인, 박해준, 김국희, 정유진 등이 가세했고 '침묵' '4등'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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