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fentanyl)을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한 혐의로 중국인 3명과 기업 2곳에 제재를 가하는 등 ‘펜타닐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80배 진통 효과를 지닌 마약성 약물로, 암 환자나 수술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중국 마약거래상들이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미국에 다량 수출하면서 펜타닐 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펜타닐이 테러집단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대량살상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여러차례 펜타닐 판매 중단 조치를 요구해왔으나 중국 측의 대응이 지지부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펜타닐 불법 유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매우 심각하게 여기는 사회 문제로, 미·중 무역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홈페이지를 통해 펜타닐을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한 중국인 쩡푸징(36), 쩡광화(63), 옌샤오빙(42)과 중국 상하이 소재 기업 친성제약과 쩡푸징이 운영하는 기업 ZDTO 등 두 곳을 제재명단에 올리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OFAC에 따르면, 이들은 온라인 광고와 이메일을 통해 미국 소비자를 끌어들여 다량의 펜타닐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OFAC가 지목한 중국인 마약거래자들은 국제적인 마약거래조직을 운영하며 인체에 치명적인 마약을 제조·판매해 미국 내 약물중독과 남용, 그로 인한 사망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펜타닐 밀매를 단속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미국 마약통제정책국(ONDCP)을 통해 펜타닐 밀매업자들이 기업과 공급사슬을 통해 어떻게 소비자에게 접근하는지, 펜타닐 밀매를 막기 위한 민간과의 공조 방안 등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3000억달러 규모 추가 관세 폭탄을 날리며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농산물을 구매하겠다고 하고선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내 친구 시진핑 주석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판매도 막겠다고 했으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인들이 계속 목숨을 잃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국의 요구대로 펜타닐 판매를 규제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4월 중국이 발표한 펜타닐 규제 조치에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는 빠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약속 불이행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중국의 펜타닐 불법 판매에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펜타닐이 교착 상태에 놓인 미·중무역협상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