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2000) ‘선물’(감독 오기환, 2001)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 2001)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 2005)까지 배우 이영애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했다. 대사 한마디도 따라하고 싶게 만든 마법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2030세대 청춘의 감성을 뒤흔든 멜로부터 그로테스크한 스릴러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 세기를 풍미한 대배우로 우뚝 섰다. 2000년대 후반 좀 더 많은 영화를 하지 못한 게 관객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맡은 은수의 ‘라면 먹을래요?’라는 도발적인 한마디는 당시 최고의 작업 멘트였다. 또한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이영애 분)의 ‘너나 잘하세요’ 역시 패러디를 양산하는 유행어가 됐다. 이영애의 찰떡 같은 소화력이 있었던 덕분이다.
이영애는 단순히 여배우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 배우와 캐릭터가 완전하게 일치하는 보기 드문 예가 됐기 때문이다.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과 매력을 선명히 드러냈다.
결국 좋은 캐릭터란 남녀를 불문하고 감독의 계획이 정확히 반영된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배우의 존재감과 연기력이 요구되는데, 이영애는 영화의 주제 혹은 메시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1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게 된 이영애의 신작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 제작 26컴퍼니)는 6년 전 실종된 아들과 생김새부터 흉터 자국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의문의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 분)이 낯선 마을로 아이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11월 국내 개봉하는데, 이에 앞서 9월 열리는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Discovery Section)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시니어 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풀비(Giovanna Fulvi)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서는 어머니에 대한 열정적이고 생생하면서도 대담한 작품으로 돌아왔다”며 “궁극적으로 모성애의 깊이에 대한 탐사를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김승우 감독은 감상에 치우치지 않는 감동을 안겨준다. 촘촘하게 짜인 각본과 예측하기 힘든 반전으로 가득 찬 '나를 찾아줘’는 관객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는 아들을 잃어버린 실의와 죄책감, 그리움으로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정연 역을 맡아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픔부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 홀로 아들을 찾아 나서는 강인함까지 섬세한 연기로 소화했다.
‘나를 찾아줘’를 통해 이영애가 보여줄 다채로운 엄마 캐릭터의 면면을 통해 한국 영화계 여자 배우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