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인증샷에 열풍 불지만 곳곳에서 안전사고
'1~3m 크기' 유니콘, 홍학, 백조 등 종류도 다양
"크고 바닥이 막혀있어, 바람과 파도 영향 크게 받아"

"우리 애 어떡해!"

지난 1일 오후 12시 20분쯤 강원 양양 솔비치 프라이빗해변에 비명이 퍼졌다. 초등학생 남아가 ‘유니콘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다 돌풍에 휩쓸려 먼바다 방향으로 떠밀려 나간 것. 해변에 있던 어머니가 급히 뛰어갔지만, 유니콘 튜브는 금세 부표(수영 한계선)를 넘어갔다. 표류하던 유니콘 튜브가 뒤집어지자, 휴양객들의 비명은 극에 달했다. 다행히 사고 즉시 바다에 뛰어든 안전요원이 남아를 육지로 안전하게 구조했다.

조호근 솔비치 수상안전파트장은 "아이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침착하게 물에 떠 있었다"며 "구명조끼가 없었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라고 했다. 그는 "튜브가 빠른 속도로 바다로 떠밀려 가, 안전요원들이 헤엄쳐서 튜브를 따라가기 힘들었다"며 "튜브가 뒤집히면서 아이가 그 자리에 멈춘 것이 전화위복이 돼 10여분 뒤 구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여수해경이 여수시 남면 안도 백금포 해수욕장에서 ‘오리튜브’를 탄 채 표류한 9살·11살 자매를 구조하고 있다.

◇‘인싸템’ 초대형 튜브, 바다에선 표류 위험 커

이른바 ‘인싸템(인사이더 아이템의 줄임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튜브가 바다에선 표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튜브는 유니콘이나 백조, 플라밍고(홍학), 오리 등 동물 모양의 튜브로, 길이가 1~3m에 달해 튜브 위에 누워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의 색다른 물놀이용품으로, 젊은 층의 여름휴가 ‘인증샷’ 아이템으로 최근 인기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튜브 판매량은 1년 전보다 92%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니콘 튜브와 플라밍고 튜브를 검색한 화면.

그러나 대형 튜브는 표류 시 일반 튜브보다 이동속도가 빨라 위험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의 한 해수욕장에서도 9살·11살 자매가 오리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다 조류에 떠밀려 표류했다. 오리 튜브에 줄을 연결해 물놀이를 하다가 아버지가 줄을 놓쳐, 1㎞가량 떠밀려 나간 것이다. 자매를 구하려던 아버지와 해수욕장 관리자 2명도 함께 표류했다가 출동한 해경으로부터 구조됐다. 지난달 29일에도 강원도 삼척의 한 해수욕장에서 유니콘 튜브를 타던 A(50)씨가 파도에 떠밀려 표류 됐다가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전문가들은 대형 튜브가 보트 모양이어서 바람의 영향을 더 받고, 바닥이 막혀 있어 파도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고 말한다. 한병서 대한생존수영협회 회장은 "물놀이 사고를 막으려면 보호자가 아이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대형튜브는 바람과 물살의 영향을 더 받는 만큼, 보호자가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혼자 전세 냈느냐"…수영장에선 ‘민폐’ 논란

대형 튜브는 수영장에선 ‘민폐’ 논란이 있다. 호텔 수영장이나 펜션 수영장에서 대형 튜브를 이용하는 사람 때문에 여름휴가를 망쳤다는 토로글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다수 발견된다. "좁은 수영장을 혼자 전세 낸 것처럼 군다" "수영하러 온 건지, SNS에 사진 올리려 온 건지 모르겠다" "배려심이 없다" "이런 튜브는 풀빌라에서만 쓰라"는 글이 대다수다.

지난달 5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이 딸린 경기도 가평의 펜션에 간 김모(38)씨는 "20대 여성들이 유니콘 튜브를 타고 놀다가 균형을 잃고 물속에 빠졌는데, 이 튜브가 우리 아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며 "(이들이) ‘아이를 못 봤다.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직장인 김우정(27)씨는 "최근 부산 한 호텔 야외수영장에 갔는데, 대형 튜브를 가져온 사람들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여러 명이 같이 쓰는 수영장에서 몸집만 한 튜브를 이용하는 건 민폐 아니냐"고 했다.

괌의 한 호텔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게시글.

수영장들은 최근 대형튜브 반입을 자체적으로 막는 추세다. 서울 잠실·뚝섬 야외수영장은 성인 체형보다 큰 대형튜브는 이용 금지하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괌이나 사이판 등 리조트도 대형튜브 금지를 안내하고 있다. 괌의 한 호텔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어로 "대형 튜브는 충돌 사고가 우려되고 쉽게 뒤집혀 사고위험이 있으며, 호텔 안전요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어 반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