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의 대표 관광 명소이자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장소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에 더 이상 앉을 수 없을 전망이다. 로마 경찰이 계단에 앉기만 해도 벌금을 물리는 새 규칙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각) 현지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 계단과 주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관광객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새 규칙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

앞으로 스페인 계단에 앉거나 눕는 행위가 금지된다. 계단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음식을 먹거나 계단 아래 배 모양의 바르카치아 분수에서 물을 마시는 행위 등도 제한된다. 이를 어길 경우 약 160∼400유로(약 21만∼54만원) 사이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조치에 대해 관광객과 주민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대다수 관광객들은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계단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파시스트 수준의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스페인 광장에서 삼위일체 성당(Trinita dei Monti)까지 135개로 이뤄진 스페인 계단은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자 현지인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반면 일부 주민은 로마 경찰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문화 유산을 보호하려면 적정 수준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지 주민인 스타일리스트 잔니 밧티스토니는 이번 조치를 "문명의 회복"이라면서 "예술적 걸작에 함부로 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시 당국은 2016년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스페인 계단 주변 야간 통행을 금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