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최근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수감자'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구치소가 이들을 일반수용동 독거실(독방)에 분리 수용했지만, 다른 수감자들이 "같은 건물에서 지낼 수 없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HIV는 일상생활에서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수감자들의 거센 항의에 밀려 구치소 측은 결국 이들을 별도 건물인 의료수용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6일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 서울구치소에 HIV 보균 수감자 3명이 새로 들어왔다. HIV는 AIDS(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감염 후 신체 면역 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에이즈 환자로 분류된다. 구치소 측은 이들을 독방에 분리 수용하면서 HIV 보균 사실을 따로 알리지 않았다. 규정대로 한 것이다.

그런데 구치소에서 배식·청소 등을 맡은 수감자들이 이상한 점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이들 방에서 나온 쓰레기는 따로 분리수거했고, 구치소에서 여럿이 돌려쓰는 손톱깎이가 이들에게는 하나씩 주어졌기 때문이다. 수감자들 사이에 이 소문이 퍼졌고, 지난달 23일 일부 수감자가 "에이즈 환자와 한 공간을 쓸 수 없다"며 교도관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구치소 측은 "지침에 따라 HIV 보균 수용자를 일반수용동 안에서 분리수용(독거수용)하고 있다.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법무부 '수용자 의료관리지침'도 AIDS 환자와 달리 HIV 보균자는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혼거실에 수용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수감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구치소 측은 이들을 의료수용동으로 이감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일반 수감자들의 불편한 감정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HIV 보균 수감자를 두고 인권단체와 다른 수감자들의 시각이 크게 엇갈려 갈등이 잦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정시설에서 HIV 감염인을 격리 수용하는 건 인권침해"라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 수감자들은 HIV 보균자를 사실상 에이즈 환자로 생각한다"며 "혼거실에 함께 수용하면 따돌리고 집단 폭행하는 일이 빈번해 격리 수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