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데 자꾸 들러붙는다. 조금만 걸어도 등을 도배한다. 뱃살 능선과 셔츠가 혼연일체를 이룬다.

냉감 소재로 된 '차인철×엑스트라 콜드 바이 야크아이스'의 셔츠와 바지를 입은 모델.

요즘 같은 폭염에 필요한 건 '흡한 속건'.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옷을 뜻한다. 주로 등산복 등의 아웃도어 의류에서 쓰이는 용어다. 문제는 디자인. '아재 룩(look)' '해외여행 단체복'으로 불릴 만큼 그간 촌스러운 옷으로 치부됐다.

한데 달라졌다. 이 기능성 아웃도어에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군복 등에서 영감받은 일명 '테크(니컬) 웨어'가 패션계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나이키와 협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디자이너 애롤슨 휴의 '아크로님'이나 패션 디자이너 매슈 윌리엄스의 '1017 알릭스 9SM', 내구성에 활동성도 곁들인 이탈리아의 스톤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곳곳에 주머니가 달린 '낚시 조끼'나 공사장 인부들이 입는 '형광 조끼'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해외 패션지 하입비스트는 "길거리 패션으로 보이지만 소재 개발과 남다른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테크 웨어의 인기를 높였다"면서 "디자이너 매슈 윌리엄스가 놀이터 안전벨트에서 착안한 '롤러코스터 벨트'나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의 지퍼를 제작하는 스위스 브랜드 리리가 선보인 핀(pin) 스타일 지퍼 등이 입는 재미를 더했다"고 전했다.

국내 아웃도어들도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의 디자인을 가미하면서 10~30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냉감 기법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PCM(상환변환물질). 피부에 닿을 때 열을 빼앗는 흡열 원리가 작동해 냉감 효과가 뛰어나다. PCM 캡슐을 사용한 K2의 '오싹 하이브리드 팬츠'는 허리 밴드에 시원한 촉감을 느끼는 티타늄 도트를 넣은 것이 숨은 포인트. 코오롱스포츠의 '쿨픽' 라인은 PCM으로 열을 흡수하고 활엽수 녹나무에서 추출한 원료를 캡슐화해 청량감을 높였다.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폴로 셔츠로 디자인했다.

블랙야크가 아트 디렉터 차인철과 협업한 '차인철×엑스트라 콜드 바이 야크아이스' 냉감 컬렉션은 자일리톨, 유칼립투스, PCM 캡슐을 적용했다. 래퍼 빈지노의 낙타 앨범 표지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던 차인철은 다채로운 패턴과 그래픽으로 아웃도어 셔츠에 화려한 컬러감을 입혔다. 블랙야크 남윤주 차장은 "실용적이면서도 개성 강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기능과 디자인이 진화한 냉감 의류를 주목받게 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의류를 입고 출근도 할 수 있을까? 코오롱FnC 관계자는 "폴로셔츠 디자인의 냉감 의류와 모헤어 울 혼방에 냉감 처리한 양복바지, 면 또는 마 소재의 카고 팬츠 등 통풍이 잘되는 천연 소재를 곁들이면 멋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