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열번째 '경남경찰특공대' 창설 한달
특수부대 출신 최정예 32명, 폭염도 잊고 구슬땀
훈련에 또 훈련…"국민 생명·안전은 우리가 지켜"

경남경찰특공대 전술팀 대원들 훈련 모습.

"214호 내 인질범 한 명이 인질 한 명 잡고 있는 유사테러 발생! 침투조 진입 대기." 지난 1일 오전 11시 경남 의령군 모처의 한 폐건물. MP5 기관단총과 P7 권총으로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 무전에 대장 지시가 떨어졌다. 옥상에 대기 중이던 침투조 대원 3명이 레펠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창문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총구를 실내로 들이밀었다.

복도에서도 침투조가 출입문에 다가섰다. 팀에서 가장 민첩한 안광주 부팀장이 선두에 서고, 특공대 경력 7년의 베테랑 변우정 팀장과 대원 4명이 뒤따랐다. 출입문에서 대기 중이던 기만조 이상명 경위가 큰 목소리로 먼저 인질범에게 말을 걸었다. 침투조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경남경찰청 협상팀입니다! 요구사항이 무엇입니까? 인질 상태를 보여주십시오." 그사이 팀원들에게 대장의 예령(豫鈴)이 떨어졌다. "지금부터 공격한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순식간에 특공대원 10여 명 투입됐다. 한 팀은 창문으로, 다른 한 팀은 출입문으로 50㎡(15평) 남짓한 실내는 일순간 제압됐다. 선두에 섰던 안 부팀장이 인질범을 사살하자, 다른 팀원들이 인질을 구출했다. 현장 침투부터 인질 구출까지 걸린 시간은 딱 10초. 팀 막내 이동헌 경장이 "클리어! 클리어!"를 외치자 상황은 종료됐다. 이날 오전 경남경찰특공대의 근접전투(CQB) 훈련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이날 대원들은 20kg에 달하는 장비를 내려놓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원들의 방탄조끼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지난 1일 경남경찰특공대 전술팀 대원들이 모의 훈련장에서 근접전투(CQB)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만조 역을 맡은 이상명 경위가 인질범에게 말을 거는 동안, 대원들이 공격 준비를 하는 모습.
복도에서 침투조가 대기하는 사이 옥상에서 레펠을 타고 내려온 침투조가 창문을 통해 진입하고 있다.

◇열번째 경찰특공대…"365일 실전같은 훈련 반복"
우리나라에서 열번째로 창설된 경남경찰특공대. 지난달 4일 창설돼 꼭 한 달이 됐다. 경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인질극, 테러사건, 폭발물 제거 등 긴급 상황에 투입된다. 이 지역 어느 곳이든 50분 안에 출동 가능하다. 때로는 헬기로, 때로는 걸어서 출동, 임무를 수행한다.

경남경찰특공대는 전민우(경감) 대장이 대원 31명을 이끈다. 4개의 전술팀과 1개의 탐지팀, 1개의 폭발물처리(EOD)팀으로 구성돼 있다. 탐지견 4마리도 숨은 대원이다. 전술팀은 현장 상황에 따라 침투조와 기만조로 나뉜다.

대원 32명은 대부분 해군특수전전단(UDT)와 707 특임대 등 군(軍) 특수부대 출신. 하루 일과는 훈련으로 시작해 훈련으로 끝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각자의 역할을 숙달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전술팀은 인질 구출과 침투 훈련을, 탐지팀은 탐지견을 이용한 폭발물 탐지 훈련을 각각 한다. 오후 4시 훈련이 끝나면 오후 7시까지 각자 체력 단련을 한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폭염을 이겨낼 수 있는 별도의 훈련도 실시한다.

이날 아침도 대원들은 아파트 3층 높이의 ‘강습 훈련대’에서 줄 하나에 매달려 쉴 새 없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머리가 바닥을 향하는 일명 '개구리 자세'를 한 채 벽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기도 하고, 몸을 ‘ㄴ’자로 유지해 트램펄린을 튕기듯 내려오기도 했다. 가상의 인질범을 소탕하는 침투훈련, 경찰견과 함께 대치 중인 범인을 제압하는 진압훈련 등도 이어졌다. 훈련에 임하는 대원들 표정은 실전 못지않았다. 임기훈 작전반장은 "주기적으로 UDT, 해외 대테러부대 등과 연합 훈련을 하기 때문에 기존 부대들만큼 실력을 빨리 끌어올리려면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했다.

아파트나 은행 등 현장 작전 훈련도 진행된다. 실제 인질극이나 은행강도 등이 발생했을 때 경찰특공대는 투입되기 직전까지 인근 유사 장소에서 똑같은 훈련을 수십 번 반복한다. 전민우 대장은 "아파트 10층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옆라인 집을 빌려서 훈련을 벌이고 있다"면서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현장이기 때문에 실전 같은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경남경찰특공대원들이 ‘레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위험한 현장을 동료와 함께…이것이 특공대 매력"
지난 2017년 7월 경남 합천군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엽총 인질극'이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부산경찰특공대가 출동했다. 하지만 출동하는 데만 2시간가량이 걸렸다. 아버지의 자수로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상황은 종료됐지만, 경찰 주변에선 특공대 출동 시간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이 경남경찰특공대를 창설하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경남지역에는 방위산업체와 국가중요시설 등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특공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작년 2월 특공대 신설이 논의됐고, 1년 만에 국무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그러나 총기 소음 문제 등으로 정작 주민들은 반대했다. 이른바 ‘혐오시설’로 인식돼 버려 특공대가 머무를 장소를 구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특공대 청사를 지을 부지만 807곳을 물색했으나 모두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다행히 경남 의령군에 수년째 방치된 소년원 건물이 있어서 부대 창설이 가능했다. 의령군 주민들은 소년원이 나간 빈 건물보다는 경찰특공대가 들어오는 것을 환영했다고 한다.

지금은 오히려 훈련장까지 갖춘 훌륭한 장소가 됐다. 본관은 특공대원들의 숙소와 지휘부 사무실 등으로 쓰고, 다른 폐건물들은 전술 훈련장과 체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공대 관계자는 "처음 창설할 때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는데, 어느새 특공대원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보금자리가 됐다"며 "본관 건물에 파란색 글씨로 ‘경남경찰특공대’라는 간판을 달 때 모두가 감격스러워 했다"고 했다.

체력단련장에서 만난 대원들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나같이 "그게 특공대 매력 아입니까" 하면서 웃었다. 2년 전 특공대에 자원한 안광주 경장은 "가장 위험한 현장에, 가장 신뢰하는 동료들과 함께 나가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경찰특공대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주변에서 ‘왜 사서 고생하냐'고 묻기도 하지만 단 한 순간도 특공대원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민우 대장은 "이곳 대원들 모두가 평생을 군과 경찰에서 국가에 헌신해 온 분들"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어떤 현장도 마다하지 않는 특공대가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