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개봉 예정이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이하 진구의 달 탐사기)’가 개봉일을 연기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하는 것에 따른 조치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 포스터.

이 영화의 국내 수입사인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2일 "일본 원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 등과 협의해 개봉을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반일 감정이 개봉을 연기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며 "예상보다 관객 수가 적을 것을 우려했다"고 했다.

개봉일은 미정이다. 영화 수입·배급사 측은 ‘올해 안에 개봉한다’는 정도의 방침만 세웠다.

‘진구와 달 탐사기’는 극장판 도라에몽 시리즈의 39번째 작품으로, 달 탐험을 떠난 도라에몽과 진구의 모험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에서 개봉했을 땐 비슷한 시기 개봉한 ‘캡틴 마블’과 ‘덤보’ 등을 제치고 6주 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당초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개봉 예정이었다. 여름 성수기와 방학 특수를 겨냥한 것이었다. 수입사·배급사 측은 진구와 달 탐사기가 8월 개봉한다는 포스터를 제작하고 다음주쯤 서울 용산 CGV 영화관에서 시사회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영화 개봉과 시사회 모두 취소했다.

실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영화계로 번지면서 앞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본 베스트셀러 원작을 토대로 한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 애니메이션은 반일 감정이 불붙던 지난달 11일 개봉해 ‘평점 1점 테러’를 받았다. "일본과 관련한 모든 것을 불매한다"는 의견이 주였다.

관객들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 김모(26)씨는 "유니클로든 애니메이션이든 일본이 만든 모든 것은 똑같이 불매 대상"이라며 "이런 시국에 일본 영화를 개봉하는 건 관객 입장에서 괘씸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직장인 황모(28)씨는 "개인 취미나 기호는 불매운동과 별개"며 "외교 문제로 시작된 불매운동으로 도라에몽 극장판 개봉을 기다리던 관객들이 되레 피해를 입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