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성 밝은 칠호
집에 오는 길에 무서운 형들이 다가왔다 틱틱 침 뱉으며 돈을 달라고 했다 없다고 하니 주먹으로 때리려 했다 그때 등 뒤에서 칠호야! 부르며 자전거 타고 가던 경비 아저씨가 구해 줬다 집에 다 와 갈 때 내 이름은 칠호가 아니라고 했더니 만날 때마다 인사하는 인사성 밝은 107호, 칠호 집 애가 틀림없다고 했다.
-이장근(1971~ )
칠호는 정말 무서웠겠다. 인상 잔뜩 쓰곤 침 틱틱 뱉으며 돈 없다는데도 주먹 휘두르는 불량배를 만났으니. 절대 위급 상황!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심성과 재치가 칠호를 위기에서 구했다. 만날 때마다 인사를 꼬박꼬박 하던 아이가 불량배에게 당하는 걸 보고 아저씨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름을 알 수 없어 107호 사는 것만 기억나 "칠호야!" 부르며 구해낸 것. 아저씨 재치는 백만불짜리. 빙긋 웃음까지 준다.
큰일 날 뻔했다. 평소 인사 잘하는 얼굴로 아저씨 기억에 살아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화를 당했을 게다. ‘밝은 인사성’이 위기를 넘기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 전봇대도 인사하면 좋아한다던가. 친구와 이웃과 선생님과 어른과 인사 잘하고 지내 손해 볼 것 없겠다. 인사성 어두워져가는 시대에 인사성 불을 지피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