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여는 이야기는 개의 파란만장한 패션의 역사다. 강아지 패션은 왠지 근현대에 이르러서야 시작되었을 것 같지만, 연원을 따져보면 머나먼 고대 이집트의 개목걸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 사람들도 오늘날 우리가 그리하듯이 동물들을 사랑했고, 그들이 죽으면 슬퍼하면서 묘비도 세워주고 묘비명까지 새겼다.
개목걸이 역시 다채롭기 짝이 없다. 중세 유럽의 경비견과 군견은 뾰족한 장식이 박힌 목걸이, 사냥개는 가죽 목걸이, 귀족들의 애완견들은 금은이나 보석 박힌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중세 유럽의 왕실에서는 20개의 진주와 11개의 루비가 장식된 붉은 벨벳 목걸이까지 등장한다.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에는 개와 고양이 외에도 다채로운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폴레옹의 황후 조제핀이 사랑한 오랑우탄 '로즈', 제1차 세계대전에서 대활약한 용감한 개 '스터비',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잔혹한 고양이 학살의 흑역사를 증언하는 고양이 '라그리즈', 엘리자베스 1세가 사랑한 귀염둥이 기니피그, 카리브 해를 주름잡던 해적의 어깨를 장식하던 아름답고 시끄러운 앵무새, 19세기 파리 패션계를 주름잡은 아프리카 출신의 아리따운 기린 '자라파', 최초로 자동차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한 개 '버드' 등 키워본 적은 없지만 가까이하고 싶은 동물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는 인간의 역사로서의 세계사에 다양한 동물과의 접점이라는 요소를 더한 책이다. 역사서이자 반려동물에 대한 교양서를 겸한다.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전하는 동물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 곁의 사람들 이야기를 전한다.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반려동물과 인간의 에피소드·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동물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인 시대다. 거대한 역사의 전환에 은밀히 활약하기도 했던 22가지 동물들의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역사에 대한 새로운 교양은 물론, 생명 존중 의식까지 생각하도록 한다.저자 이주은은 2002년 미국으로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2006년 뉴욕 버펄로 주립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4년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를 졸업했다. 포털 사이트에 '눈숑눈숑 역사 탐방'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역사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구어체로 풀어나간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268쪽, 1만6000원, 파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