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반일(反日) 분위기 속에서 국내 여행·호텔업계가 일본 여행 취소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반일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는 해외여행 취소 사실을 증명하는 소비자에게 80%에 가까운 할인 요금을 적용하는 패키지 숙박 상품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를 지난 22일 내놨다. 해외여행 항공·선박 등 취소 내역을 보여주면 46만~54만원짜리 호텔 또는 콘도 객실 1박과 물놀이공원 1일 이용권 2장을 묶어 9만9000원에 판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이라고 적시하진 않았지만, 광고 포스터에 태극기와 함께 '광복절 기념 815개 객실 한정 선착순 판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미 계획했던 해외여행을 취소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선물'이라고 적었다. 상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하이원리조트 관계자는 "해당 이벤트 구매자 80%가 일본 여행 취소자"라고 했다.

여객선 운항사 대저해운은 '독도'와 '울릉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8월 5일부터 9월 30일까지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포항~울릉 구간을 지나는 썬플라워호 또는 울릉~독도를 운항하는 엘도라도호 등을 이용하면 요금의 30%를 할인해준다.

24일 서울 청담동의 성형외과 블로그에 일본 여행을 취소하면 성형수술비를 할인해주겠다는 안내문이 올라왔다.

반일 마케팅은 여행업계 너머로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는 다음 달 15일까지 일본 여행 취소 내용을 알려주면 쌍꺼풀 수술 비용을 50% 깎아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 남성 화장품 회사는 일제(日製) 헤어 왁스를 쓰고 있다는 '인증사진'을 보내면 자사(自社) 국산 왁스를 보내준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반일 기류를 지역 소비와 관광 활성화 기회로 활용한다. 경기 파주시는 7월 1일 이후 일본 등 해외여행을 취소한 증빙자료를 이메일이나 모바일로 사진 전송하면 파주시티투어 이용 요금 50%를 깎아준다. 경주문화엑스포는 일본 등 해외여행을 취소하고 경주로 오는 관광객에게 다음 달 25일까지 열리는 '여름 풀(Pool)축제―핫 서머 버블 페스티벌'의 입장료를 반값 할인해 준다.

전남 곡성군 석곡농협은 이달 19~23일 100만원 이상 일본 여행 상품을 취소한 사람에게 이 농협 대표 브랜드 쌀인 '백세미' 10㎏를 무료로 나눠 주는 행사를 열었다. 반나절 만에 준비한 500포대가 모두 동났다. 비슷한 무렵 인터넷에서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오염된 후쿠시마 쌀이 일본의 관광지 식당 등을 통해 관광객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글이 해당 행사 소개와 함께 돌았다. 석곡농협 관계자는 "계속 문의가 이어져 2차 행사를 준비 중이다. 행사에 들인 예산은 약 3000만원이지만 브랜드 홍보 수익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