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기술 경쟁력 확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반도체, 휴대폰 등 사업 분야 경영진들과 잇따라 만나며 기업의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경쟁력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경영진에게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말했다. 또 휴대폰 사업 경영진들과 회의에서는 첨단 선행 기술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안을 논의하며,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D 사상 최대 18조원 투자, 국내 인력 절반이 연구원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18조66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회사 최고 기록이다. 10년 전인 2009년 연구개발 투자 비용 7조5600억원에 비하면 배 이상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또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37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원만 6만7000명에 달한다. 이 중 4만8000여 명은 국내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국내 직원 10만명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특허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총 13만117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차세대 TV,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등에 관한 것으로 전략 사업과 미래 신기술 관련 특허들이다.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 핵심인 AI(인공지능)·로봇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11월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켜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인공지능 관련 선행 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해 1월 추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잇따라 연구센터를 개소해 현재 5개국에 7개의 AI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수 인재 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2020년까지 1000명 이상(국내 약 600명, 해외 약 4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우리 삶의 질을 높이며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로봇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젝트로 개발된 '삼성봇'과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을 처음 공개했다. 또 요리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팔 모양의 '삼성봇 셰프', 집 안을 빈틈없이 구석구석 청소해 주는 '삼성봇 클린'도 추가로 공개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초격차 기술력 확보
삼성전자는 올 4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 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도 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국내 설비·소재 업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또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디자인하우스(설계 서비스 기업)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 측면에서도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7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6나노 공정 기반 제품에 대해서는 대형 고객과 생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제품 설계가 끝나 올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이는 이전 공정(7나노)보다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면서도 전력은 적게 쓰고 성능은 높인 것이다. EUV '5나노 공정'의 경우는 지난 4월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