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로맨틱 안내자(My Life in Ruins)〉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조지아는 그리스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라고 말한다. 오래된 신화의 무대이자 신들의 땅인 그리스(Greece)는 시각적인 즐거움 외에도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D1~2

인천-아테네-메테오라

푸른 바다, 흰색 담벼락, 돌담길 등이 돋보이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

그리스의 역사를 며칠 만에 훑기란 불가능하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 뿌리를 두고 비잔티움 제국을 거쳤으며 민주주의와 올림픽을 필두로 문학, 역사, 정치학, 희곡, 연극 등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문화와 예술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은 언제나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Athens)에 발을 내딛는 순간, 놀라움은 설렘과 흥분으로 바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아테네는 당대의 지성인과 철학가들이 모여 사고(思考) 하고 의견을 나누는 학문의 중심지였다. 수많은 예술 작품과 고대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그리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파르테논 신전(Parthenon)'과 '메테오라(Meteora)'도 바로 이곳에 자리한다.

메테오라는 '공중에 떠있는 수도원'이라는 뜻으로 15세기에 지어졌으며 영화 〈300〉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었다. 테살리아(Thessaly) 평원 중간에 기이한 모양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각 봉우리 절벽에 흡사 매달리듯 수도원이 자리한다. 가장 높은 절벽은 무려 400m에 이른다는데, 어떻게 건물을 세울 수 있었을까? 경이로움에 취해 가파른 수도원 계단을 오르면 비현실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D3~4

델피-아고라-아폴론 신전

델피는 태양신 아폴론에게 제를 올리고 신탁을 받았던 영적인 장소다.

그리스 최대의 성지로 꼽히는 '델피(Delphi)'는 태양신 아폴론에게 제를 올리고 신탁을 받는 영적인 장소다. 문턱부터 느껴지는 신성함에 압도되어 종교와 상관없이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델피 성역 입구에는 로마와 비잔틴 시대 '아고라(Agora)'로 쓰였던 넓은 터가 남아있다. 광장 혹은 시장이라는 뜻의 '아고라'는 도시의 정치, 문화, 종교 관련 의제를 논의하고 정책을 결정짓는 장소였다. 후기 그리스 시대에는 상인들이 직접 만든 잡화를 팔고 상점을 운영하는 시장으로 기능 했다.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끌벅적한 광장의 존재감은 오롯이 남은 듯하다.

아고라를 지나 구불구불한 '신성한 길(Scared Way)'을 따라 오르면, 파르나소스 산 동쪽에 위치한 아폴론 신전이 나온다. 아폴론 신전은 기원전 370년경의 신전으로 현재는 기둥과 토대만 남아 자리를 지킨다. 주변부에 떨어져 있는 기둥 조각과 돌덩이들은 그 옛날 화려했던 그리스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신전 관련 건축물은 대부분 유실됐으며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테네인의 보물창고(Athenian Treasury)'만 관람이 가능하다. 보물창고는 두 개의 도리아 기둥이 건물 축을 지지하는 형태로 벽에는 약 800개에 이르는 명언과 헌시 등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D5~6

산토리니-미코노스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와 더불어 세계 3대 운하로 꼽히는 고린도 운하.

며칠 간의 역사 탐방에 살짝 지루해질 때쯤,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인 '산토리니(Santorini)'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 사람 대부분이 기억하는 유명 음료의 CF 촬영지로 푸른 바다와 항구, 흰 담벼락, 돌담길, 골목을 오가는 고양이까지 아기자기한 풍경이 가득하다.

산토리니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일몰 감상이다. 해가 지기 1시간 전부터 시시각각 달라지는 붉은 햇살과 빛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바다 풍경에 가슴이 뛴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도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일행 모두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

산토리니 섬에서 3시간 거리인 '미코노스(Mykonos)'는 에게 해 남쪽에 위치하며 고급 리조트와 호텔이 즐비한 허니문 성지다. 카토밀리 언덕 위 다섯 개의 풍차와 '리틀 베니스'로 불리는 호라(Chora) 타운은 섬의 상징이다. 특히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호라는 밤이 되면 낮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번화가로 탈바꿈한다.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카페, 라이브 바 등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여행자들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거리를 휘젓는다.

D7~8

고린도-아크로폴리스-인천

고대 그리스가 세계에 남긴 가장 위대한 건축과 예술의 복합체인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그리스 여행도 어느덧 막바지다. '고린도(Corinth)'로 서둘러 이동한다. 고린도는 그리스 섬 본토와 펠로폰네소스반도가 연결되는 길목에 위치한 고대 항구 도시로, 아테네에서는 차로 30분 거리다. 세계 3대 운하 중 하나인 '고린도 운하(Corinth Canal)'와 신석기 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 유적들이 보존돼 있는 '고린도 유적지',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아폴론 신전' 등을 보기 위해 고린도로 여행자와 순례자들이 몰린다.

여행의 아쉬움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에서 달랬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높은'을 뜻하는 아크로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가 합쳐진 표현. 이름 그대로 도시의 가장 높고 가파른 구릉지대에 자리한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아크로폴리스의 출입구인 프로필라이아(Propylaia)를 지나면 파르테논 신전이 위엄 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지혜·전쟁의 여신인 아테네를 위해 봉헌된 파르테논 신전은 바닥과 기둥, 지붕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축에 오로지 대리석만을 사용했다고. 가히 그리스 최고의 걸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의 꼭대기에서 평화로운 아테네를 잠시 내려다봤다. 살아있는 신들의 땅은 현재까지도 또 다른 신화를 써내려 가는 듯하다.

■수도 아테네(Athens)
■비자 무비자 90일
■비행시간 경유 1회 14시간 25분, 직항 12시간 35분 소요
■시차 한국보다 7시간 느림 (서머타임 시 6시간)
■공용어 그리스 어 화폐 유로(1 EUR=1,323.98원) 전압 220V, 50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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