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새로운 표준.'

좌파 교육감들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 온 '혁신학교'를 이렇게 부른다. 이들은 혁신학교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기존 주입식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수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교라고 설명한다. 좌파 교육감들의 후원 세력인 전교조는 기존 일반 학교는 '암기식 교육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라고 비판해왔다.

교육감들은 지난 10년간 혁신학교를 급격히 확대하는 '교육 실험'을 벌여왔다. 혁신학교의 취지만 놓고 보면 학부모들도 반겨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교육감들이 일반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 할 때마다 학교 현장은 커다란 갈등에 휩싸였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는 애들에게 공부를 안 시켜 학력이 떨어진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혁신학교 10년간 130배 폭증

2009년 선거에서 1명이었던 좌파 교육감이 2010년과 2014년 지방 선거에서 급격히 늘면서, 혁신학교도 함께 폭증했다. 교육감들은 새로 생기는 학교는 무조건 혁신학교로 지정하거나, 혁신학교를 하겠다는 학교에 수천만원씩 예산을 주는 방식으로 꾸준히 늘려왔다. 그 결과, 2009년 전국 13곳이던 혁신학교가 10년 만에 1714개로 폭증했다. 전체 초·중·고교의 0.1%에서 10년 만에 10%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초등학교(1026개)가 대다수지만, 중학교(531개)와 고교(157개)도 적지 않다.

작년 11월 송파구 가락초, 해누리초, 해누리중학교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혁신학교 직권 지정에 반대한다”면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 불만의 핵심은 '학력 저하'다. 토론, 다양한 체험 수업 등을 강조하고 교과 공부는 등한시하면서 '기울어진 교실'을 만들어 온 것이다. 부산의 혁신초 4학년 학부모는 "학교에서 3학년 때까지 쪽지 시험은커녕 받아쓰기도 안 시켜서 집에서 학습지로 맞춤법을 가르쳐야 했다"고 했다.

그 결과, 기초 학력조차 못 갖추고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서울 강북의 한 혁신중 학부모 정모씨는 "학교에서 교과서 진도도 제대로 안 나가서 담임에게 상담했더니, 오히려 '어머님, 그게 중요한가요?'라고 되묻더라"며 "아이가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데 학교는 아예 신경을 안 쓰니 사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한 일반고 교사 박모씨는 "과거 혁신고에 근무할 때 공부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괴로워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걸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10년간 불신받았으면, 이제 원점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이렇게 혁신학교에서 공부를 등한시해, 기초 학력 미달 학생도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마지막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인 2016년 당시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11.9%)은 전국 평균(4.5%)의 세 배에 가까웠다. 학력 하락 폭도 컸다. 전체 고교생 중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0.3%포인트 늘어날 때(2015년4.2%→2016년 4.5%), 혁신학교 고교생은 유독 4.0%포인트 늘어났다(7.9%→11.9%). 이에 대해 좌파 교육감들은 "혁신학교는 주로 교육 여건이 취약한 곳에 많이 있기 때문에 학업성취도 점수로 전체 성과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해명한다. 학부모들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한다. 좌파 교육감들이 교육계를 장악한 이후 한국 학생들의 학력이 추락하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읽기'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15년 13.6%로 2009년(5.8%)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수학'과 '과학'은 2009년 각각 8.1%와 6.3%였는데 2015년 15.4%와 14.4%로 늘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좌파 교육감들이 혁신학교뿐 아니라 일반 초등학교에서도 시험을 다 폐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학력을 중시하지 않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은 떨어지고, 일부 학생은 사교육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혁신학교를 부모들이 계속 불신하고 사회적 갈등을 부른다면, 계속 실험을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대영 무학여고 교장은 "초·중·고교 교육 방식은 대학 입시와 미래 인재상 등까지 모두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