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피우진 모두 무혐의…실무 국장만 기소
孫 무혐의 이유…"직권 아니다" "과태료 사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결국 꼬리자르기?

무소속 손혜원 의원.

검찰은 18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아버지 고(故) 손용우씨가 독립유공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청탁과 특혜는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여섯 차례나 보훈 신청에 탈락했던 손씨가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것이 손 의원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만난 이후인 것은 맞지만 ‘만남’과 ‘선정’ 사이에 부정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손 의원과 피 처장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정작 재판에 넘겨진 것은 국가보훈처의 실무 책임자였던 임성현 당시 국가보훈처 보훈예우국장(현 국립대전현충원 원장)이다.

손 의원과 피 처장은 보훈처가 부당한 독립유공자 선정작업을 하도록 지시 또는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손 의원 부친 손씨는 일제강점기 말인 1940년 일본이 패전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조선·동아일보의 폐간이 부당하다고 주장해 옥고를 치렀다. 손씨 측은 이 같은 이력을 내세워 1982~2007년 6차례 보훈 신청을 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탈락 이유는 손씨가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과 남조선노동당(남로당)에서 활동한 전력 때문이었다.

손 의원은 피 처장을 국회에서 만나 아버지의 유공자 선정에 대해 논의한 시점은 지난해 2월이다. 손 의원이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했고, 피 처장이 국회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손 의원으로부터 아버지 사연을 들은 피 처장은 "독립유공자 서훈을 적극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이번에 신청해 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만남이 있고 2개월 뒤인 지난해 4월 보훈처는 내부 규정을 ‘광복 이후 사회주의자 활동 이력이 있는 사람도 독립유공자 서훈을 검토한다’는 취지로 변경했다. 피 처장 말처럼 유공자 서훈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이후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서 손씨에게 건국훈장 애족장(5급)이 수여됐다. 피 처장은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서훈 대상을 넓히던 중에 일어난 일로 (신청 제안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손 의원의 부친이 유공자에 선정된 것은 심사가 완료된 이후에나 알았다"고 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이에 지난 1월 자유한국당은 손 의원 등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5개월여의 수사 끝에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보훈처 업무가) 손 의원의 직권도 아닐 뿐더러 부정청탁은 과태료 부과 사안이라서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를 어길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금전상 대가가 오간 경우 등에 한해서만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검찰은 또 "피 처장이 손 의원의 부정한 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2월 손 의원이 피 처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은 모두 맞지만 "그 만남에서 나온 대화가 부정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손 의원, 피 처장과 함께 고발된 임 전 국장에 대해서만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임 전 국장은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 국회 질의에 ‘손 의원 친오빠가 전화 신청을 해서 부친의 유공자 선정 재심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의 답변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 자료를 허위로 꾸민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실제 손 의원 오빠의 전화 신청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고발된 사안은 아니지만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범죄 혐의"라고 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또 실무자만 처벌받고 핵심 인물들은 책임을 피하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대형로펌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의 직무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청탁, 압력 등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수사 의지에 따라 충분히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논란을 부른 정치적인 사건인만큼 아무것도 없이 끝내기는 어려웠겠지만 엉뚱하게 국회 답변자료를 문제삼아 처벌한다는 건 좀 웃기지 않느냐"고 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진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조현옥 인사수석 등 윗선은 조사도 없이 수사를 끝냈다. 당시 이유도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