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부터 주어진 내용을 숙지하고 문제를 푸세요."
컴퓨터 속 '그녀'가 상냥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15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 경복대학교의 컴퓨터실. 기자는 오는 9월 전국 대학 중 처음으로 신입생 면접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이 학교의 유통경영학과 지원자가 돼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AI의 첫 질문은 허를 찔렀다. "해상 구조대원 2명이 있다. A는 출중한 재능으로 평생 100명을 구했다. B는 재능이 부족해 평생 10명만 구했다. 누가 더 성공한 인생이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생각할 시간은 30초, 답변 시간은 60초다. 첫 번째 답을 입력하기가 무섭게 질문이 이어졌다. "인생의 성공은 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요" "주변에서 사회 비판적이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요" "스스로 비판적 사고나 태도를 지녔다고 보는가요" 등이었다. AI가 보유한 질문 54만개 중 일부다. 평소 생각지 않던 내용이라 조리 있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성공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가 다른 질문에는 "성공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AI는 기자가 당황하는 동안 자주 쓰는 단어, 말투 등을 분석했다.
AI 면접은 약 30분 걸린다. 면접 후 30분가량 지나 AI의 판정이 나왔다. 기자는 '매우 미흡(D)' 등급이었다. "○○○님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경영학과 지원자로서는) 매우 미흡한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순간 뜨끔했다. 기자는 실제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학점이 매우 저조했다. AI는 기자에게 "경영 분야보다는 연구·개발 분야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IT 기업 '마이다스' 측 관계자는 "AI는 해당 전공과 지원자의 성향이 잘 맞는지만 본다"며 "D등급은 해당 분야와 적성이 안 맞는다는 의미다. 잘 맞는 다른 적성이 있을 것"이라고 기자를 위로했다.
경복대는 AI 면접을 합격·불합격 기준보다 지원자 성향을 알아보는 잣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9월 수시 1학기를 통해 선발할 신입생 1905명은 모두 AI 면접을 거쳐야 한다. AI 면접 결과는 종합 성적의 10~20% 수준만 반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