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조계에는 한 전직 부장판사의 로펌(법무법인)행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김종복(46) 변호사다. 올 3월 법복(法服)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는 이른바 '적폐 판사'로 분류됐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앙(震央)이었던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에서 심의관(평판사)으로 일했다. 옛 통합진보당 소속 지방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방안 등을 검토한 보고서를 쓴 것으로 지목됐었다.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변 등이 올 1월 발표한 '탄핵 판사' 명단(16명)에도 그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사표를 내고 지난 3월 법무법인 엘케이비(L.K.B)에 공동 대표 변호사로 합류했다. 10여명의 공동 대표변호사 중엔 이 로펌을 만든 이광범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 이 변호사는 1988년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만든 창립 멤버다. 여전히 국내 대표적인 진보 법조인으로 통한다.

그런데 양승태 행정처는 우리법연구회 및 그 후신(後身)으로 평가를 받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팽팽하게 대립했다. 양승태 행정처가 두 연구회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터진 직접적 원인이 됐다. 한 변호사는 "양승태 행정처에서 잘나가던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거두(巨頭)가 세운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광범·김종복 변호사의 개인적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변호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또 그가 2000~2002년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할 때 그를 가르친 교수 중 한 명이 이 변호사였다.

법원 주변에선 "김명수 대법원장과 이광범 변호사 사이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는 사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기다. 부부 동반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작년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검찰에 넘기는 것을 이 변호사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후 엘케이비는 양승태 행정처에서 '사법 농단'을 벌인 것으로 지목된 한 부장판사를 변호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번 김 변호사 영입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 아니냐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김 변호사는 능력이 있고 두루두루 사이가 좋다"고 했다. 그는 작년 초 김 대법원장에 의해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임명됐으나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의혹이 불거져 사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