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체로

클래식|독일 드레스덴 필하모닉

"악보에 모든 길이 있다."

동유럽 오케스트라의 고색창연한 소리를 온전히 보존해 명망이 높았던 지휘자 쿠르트 잔데를링(1912~2011)의 아들, 미하엘 잔데를링(52)이 이번 주말 서울과 인천을 찾는다. 6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7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독일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한다. 2011년부터 드레스덴 필의 수석 지휘자로 활동해온 잔데를링은 인천 공연을 끝으로 분신 같은 드레스덴 필에 안녕을 고한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와 친분이 돈독한 '바이올린의 여왕' 율리아 피셔가 맡는다.

원래 첼리스트이던 잔데를링은 2000년 동료 바이올리니스트의 권유로 얼떨결에 지휘봉을 쥐었다가 지휘자가 됐다. 필립 글래스의 '어셔가의 몰락'과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전쟁과 평화' 등 새로운 오페라를 선보였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필의 수석 지휘자가 되면서 세계적 지휘자로 거듭났다. 독일 남동부 지방의 정통 독일 사운드를 계승했다. 지휘 명문 잔데를링가(家)의 일원다운 발걸음이다.

"삶에 대해 아버지와 얘기 나눈 적은 많지만 곡에 대해 조언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그는 "악보는 작곡가가 피땀 흘려 새긴 유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악보 자체를 소리로 재현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지휘자는 그가 남긴 음표와 쉼표, 여백까지 탐구해 그 음악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이 말(言)이라면 음악가는 작곡가의 말 없는 앰배서더(ambassador·대사)'라고 여기는 그의 신념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뮤지컬|스쿨 오브 락

클래스는 영원하다. 서울 잠실동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71)의 저력이 빛나는 작품.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오페라의 유령'을 탄생시킨 그가 순전히 '즐거움(Joy)'을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정통 뮤지컬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면서도 통통 튄다. 실패한 로커 '듀이'가 명문 사립학교 교사로 위장 취업해 학생들에게 록을 가르친다는 줄거리. 공부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록을 통해 자유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웨버가 직접 발탁했다는 10세 안팎의 학생 역 배우들의 연기와 연주가 놀랍다. 8월 25일까지.

넷플릭스|신세기 에반게리온

넷플릭스가 가장 잘하는 건 사실 신작 제작보다 전설적인 명작의 판권 확보다. 미국의 시트콤 '프렌즈'가 그렇고, 최근 공개한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역시 마찬가지. 1996년 등장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마징가Z나 건담 같은 SF 로봇 만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영리하게 비틀면서 사춘기 청소년의 인정 욕망과 정체성 혼란이라는 주제 의식을 절묘하게 섞어 한·일 양국 모두 두터운 팬덤을 형성했다. 당시에는 제작비 부족으로 엉성한 작화도 꽤 있지만, 그마저도 관대하게 만드는 연출력이 발군이다. '싱크로율(닮은 정도를 가리키는 말)' 등 지금 한국에서도 일상용어처럼 자리 잡은 말 중 여럿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다.

공연|퇴근 후 디제잉 페스티벌

100명이 넘는 국내 아마추어 디제이(DJ)들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다. 국내 유일 직장인 디제이 커뮤니티 '퇴근 후 디제잉'에서 EDM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퇴근 후 디제잉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테이지 이름도 '회식', '야근', '반차' 등으로 정했다. 이번에 공연할 예정인 아마추어 디제이는 총 110명. 스테이지마다 각 40분씩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아마추어 디제이들이지만 실력은 프로 못지않다. 퇴근 후 홍대나 이태원 등 클럽에서 공연해 온 디제이 허조교와 미니몬스터, 킨더가튼, 아드로이트 조 같은 투잡 디제이들도 참가할 예정이다. 6~7일 낮 12시부터 서울 광진구 보폴(VOFOL).

영화|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수퍼 히어로도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감독 존 와츠)의 주인공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밀레니얼 세대에 꼭 어울리는 신개념 히어로다. 아이언맨의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열여섯 살 소년에겐 지구를 지키는 일이 버겁다.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나고 싶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잘 보일지가 그의 관심사다. 휴가 땐 과감히 스파이더맨 슈트를 놓고 가는 '워라밸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세상만사 짐을 다 짊어진 듯한 답답함이 그에겐 없다. 하지만 이 어린 영웅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쟁취할 줄도 안다. 통통 튀듯 가볍고 유쾌한 히어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