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은 미래에 살충제로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암울한 보고가 나왔다. 바퀴벌레는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살모넬라균, 대장균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균과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이다.

미국 퍼듀대학의 마이클 샤프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최근 바퀴벌레 개체 수를 줄이는데 살충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연구팀이 바퀴벌레가 빠른 속도로 살충제에 적응하며 내성을 키웠고, 급속히 개체 수를 늘렸다며 "살충제만으로는 개체 수를 줄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실험은 지구상의 바퀴벌레 중 가장 흔한 종인 ‘독일바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디애나주(州)와 일리노이주에 있는 건물과 아파트에 서식하는 바퀴들을 상대로 살충제를 살포한 뒤 6개월간 개체 수 변화를 지켜보는 방식이었다.

살충제를 먹고 있는 독일바퀴

연구팀은 살충제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살충제를 사용했고 한가지 살충제에 적응한 것 같이 보이는 무리에게는 종류가 다른 살충제들을 혼합해서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바퀴벌레들은 살충제에 대해 빠른 속도로 적응하며 내성을 키웠다. 처음 살충제를 살포했을 때 상당수의 바퀴가 죽었지만 살충제 공격에서 살아남은 바퀴벌레들이 이내 번식을 시작, 후손을 퍼트리면서 총 개체 수를 원상태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처음 살충제를 살포했을 때 버텨낸 바퀴들이 더 강한 내성을 가진 새끼를 낳아 살충제의 살상력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한 살충제를 혼합해서 사용할 경우 개체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샤프 교수는 "살충제 공격에서 살아남은 적은 무리가 이내 개체 수를 회복시켰다"며 "개체수가 한 세대에 4배~6배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어떤 원리로 바퀴벌레가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 교수는 한번 사용한 살충제가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실패한다면 바퀴벌레를 줄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바퀴벌레의 번식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실패할 경우 덫을 놓거나 바퀴벌레 박멸용 진공청소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