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접어드는 7월부터 반바지 차림으로 근무하는 공무원을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012년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공무원 반바지 근무'가 지난해 수원시에 이어 이달부터 경기도에서도 실시된다. 경남 창원시도 7~8월 매주 수요일을 '프리 패션 데이(Free Fashion Day, 자율 복장일)'로 정해 반바지 근무를 실시한다. 여름철 반바지 허용은 에너지 절약, 업무 능률 향상이 명분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불쾌하다" "지저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자율에 맡긴다지만 공직 내부에서도 착용을 망설인다. 시행을 앞둔 경기도에서는 "반바지는 지나치다" "참여자가 드물 것이 뻔한 전시 행정"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8년째 시행 중인 서울시에서도 반바지 근무가 외면받고 있다.

경기도는 7~8월 직원들의 '단정한 반바지 차림' 근무를 자율로 허용한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5월 경기도청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제안이 계기가 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긍정적인 검토를 지시했고 도민·직원 온라인 여론조사도 했다. 응답한 도민 중 80.7%, 직원 79%가 반바지 근무에 찬성했다. 그러나 댓글에서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민원인은 물론 동료에게 불쾌감을 준다' '정신적으로 해이해져 봉사의 마음을 상실한다' '남성들의 다리 털이 지저분하다' 등의 의견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5년 반바지를 입고 시민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해 8월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이 반바지를 입고 ‘나라꽃 무궁화 축제’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공무원의 복장은 '지방공무원 복장 규정'에 따른다. 규정에서는 '공무원은 근무 중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공무원 노조 게시판 등에서 반바지 허용 요구가 나온 충북도의 관계자는 "복무 규정은 권장 사항이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는다고 해서 징계를 받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불편한 시각을 가진 민원인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선 공무원들도 반바지 착용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도 민원실 등 대민 접촉이 많은 부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철 반바지 착용에 찬성률 79%였던 5월 직원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적합한 공무원 근무복' 질문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재킷, 칼라 셔츠 등)' 응답이 57.2%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의 한 간부는 "1일부터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당장은 눈치를 보겠지만 폭염이 시작되면 반바지 차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는 공무원은 담당 부서인 환경정책과 소속 등 일부다. 서울시의 한 4급 공무원은 "외부 유관 단체와 미팅 일정이 잦은 편인데 공무원이 반바지를 어떻게 입고 나가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5급 공무원은 "과장이나 국장 주재 회의에 반바지를 입고 가면 옷차림 지적을 받을 게 뻔하다"며 "주무과에서 아무리 입으라고 독려를 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입어야 확산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수원시 내부에서는 오는 8일로 예정된 반바지 패션쇼에 염태영 수원시장이 직접 모델로 나서 달라는 주문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반바지 착용에 유보적이다. 그는 지난달 10일 '이 지사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까'라는 온라인 매체 기사를 트위터에 인용하며 "원하는 직원은 반바지 같은 간편 복장을 허용한다는 것일 뿐 제가 입겠다는 건 아닙니다"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공식 일정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반바지 차림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