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망친 대학생들이 성적표를 부모보다 먼저 받아보려고 수시로 자택 우편함을 뒤져보던 풍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서울대는 "2019학년도 1학기부터 학부생 성적표 우편 발송을 중단한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대 측은 그 이유에 대해 "우편 발송에 필요한 업무량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고, 그 과정에서 주소지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서는 올 들어 성적표 우편 발송이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5월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이달 7일에는 서강대, 14일에는 연세대가 같은 이유로 종이 성적표 폐지를 공지했다. 우편 발송을 대신해 성적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학교마다 다르다. 서울대는 학생의 성적을 서울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학생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다른 주요 사립대는 부모가 직접 자녀 성적을 열람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다. 연세대는 학생이 동의한 경우 그 학부모가 성적표를 볼 수 있는 '학부모 서비스' 페이지를 오픈할 예정이다. 서강대는 학생 동의하에 성적 정보를 학부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한다. 이화여대는 이미 2016년부터 연세대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학생들 반응은 학교별로 다르다. 서울대생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4학년 김모(22)씨는 "우편배달 방식은 나보다 부모님이 먼저 알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컸다"고 했다.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이날 "더 이상 성적표를 인터셉트(가로채기)하려고 매일 우편함을 확인 안 해도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학부모가 직접 성적을 열람할 수 있는 학교 학생들은 불만이 있다. 연세대 4학년 김모(26)씨는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한 기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