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회의'는 기업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잦은 회의에 모두 참석하다 보면 업무를 볼 시간도 줄어들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어색하게 앉아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1주일에 평균 3.7회, 매번 평균 51분씩 회의하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회의 절반인 1.8회는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회의 중 약 3분의 1인 15.8분은 잡담, 스마트폰 보기, 멍 때리기 등으로 허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도 직결된다.

제약 업계라고 상황이 다른 건 아니다. 실적 회의를 하는 영업직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연구직들도 회의가 필수적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제약, 동아에스티가 속한 동아쏘시오그룹이 회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용두동 동아쏘시오그룹 본사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회의하는 가운데, 한 직원이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시간을 측정하는 ‘결론 내 시계’를 들고 있다.

회의 시간 준수 위해 타이머 비치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최근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회의 문화, 합의 및 의사 결정 과정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자 업무 과정의 효율과 성과 향상을 위해 새로운 기업 문화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이달부터 새로운 임직원 참여형 기업 문화 프로젝트 '회바회바'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회바회바는 '회의 문화가 바뀌면 회사가 바뀝니다'의 줄임말로 합리적인 회의 문화 정착 차원에서 마련됐다.

동아쏘시오그룹은 '결론 내는 텐텐 회의 룰'이라는 규칙을 정했다. 결론 내는 텐텐 회의 룰은 효과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뜻한다. 회의 주관자와 참석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이 각각 10개라서 텐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전 회의 준비를 위한 규칙 4가지, 경청과 존중, 건강한 비판이 필요한 진행 규칙 4가지, 최적의 결론과 합리적 실행을 위한 결론 규칙 2가지 총 10가지로 이뤄져 있다. 회의 주관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의 예로 '회의가 꼭 필요한가' '진짜 담당자만 소집' '소요 시간을 설정' '편안한 분위기 조성' 등이 있다. 참석자가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는 '약속했다면 반드시 참석' '미리 발언 준비' '회의에 집중' '건강한 비판' 등이 있다.

또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한 회바회바 체크 리스트, 결론 내 시계, 회바회바 포스터와 회의 룰 및 에티켓이 담겨 있는 배너를 동아쏘시오그룹 전 사업장 회의실에 비치했다. 체크 리스트는 결론 내는 텐텐 회의 룰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자가 진단하는 도구다. 결론 내 시계는 회의 참여자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설정한 회의 시간 안에 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타이머다.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은 "내 시간도 남의 시간도 모두 귀중하다. 우리 모두의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할 때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며 "임직원 모두가 함께 실천해 나가는 성숙한 회의 문화가 행복한 일터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캐주얼 복장도

동아쏘시오그룹은 합리적인 기업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실천하고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행복하다'를 모토로 임직원의 휴식을 최대한 보장하고, 서로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 활기찬 직장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기존 제약사들이 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최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함)' 트렌드에 맞춰 나간다는 것이다. 연초 연간 휴무일을 공지하고 주변 동료에게 칭찬과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디 스타일 히어로를 찾아라' 등이 대표적이다.

또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아 패밀리&캐주얼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전 사원은 자유로운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하고, 정시 퇴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퇴근한다. 야근, 회식 등의 활동을 자제하고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하자는 취지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에는 임직원 가족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고 가족의 화합과 유대감 강화를 위해 가족 초청 행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