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7월 28일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직후 서울 방배동 남부순환도로가 토사로 덮인 모습.

지난 2011년 7월 28일 서울 우면산 산사태로 인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법원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초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대피방송도 하지 않는 등 과실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산사태 사고로 사망한 A씨의 아들 B씨가 서초구와 서울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서초구가 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깨고 1588만여원을 더 배상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송동마을에 홀로 거주하던 A씨는 우면산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에 매몰돼 사망했다. B씨는 "서초구가 산사태 주의보·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대피방송도 하지 않아 어머니가 대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며 1억33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서초구가 우면산 일대, 적어도 송동마을 등 산사태관리시스템상 산사태 위험 1급지로 분류된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상황이 긴급한 만큼 지역방송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대피를 지시할 의무가 있었다"며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했다. 서초구가 지급해야할 손해배상액은 2758만여원으로 책정했다.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서초구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이다.

반면 2심은 서초구가 지급해야할 손해배상액을 1200만원으로 감액했다. 서초구가 대피를 권고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A씨가 대피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초구청 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장례비와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서초구가 송동마을 일대 주민들에게 지역방송 등을 통해 대피를 권고했다면 A씨의 지인들을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인다"며 "A씨는 1984년부터 송동마을에 거주했고, 주변 지리에 익숙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만한 방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초구가 대피하라고 알렸다면 A씨가 목숨을 건졌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