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선 30년 전 발생한 '센트럴파크 파이브(Central Park Five)' 사건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와 오페라가 제작되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사건 재조명에 뛰어들었다.
센트럴파크 파이브 사건이란 1989년 4월 19일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한 백인 여성 금융인 트리샤 메일리(28)가 심야에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다가 괴한에게 심한 구타와 강간을 당한 뒤 혼수상태로 버려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피해자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지만, 두개골 골절로 인한 후유증 탓에 사건 당시 정황과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은 공원 주변을 배회하던 흑인과 히스패닉계 10대 소년 5명을 강간 및 강간 방조범으로 지목했고, 피해자의 몸에 남은 DNA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협박과 폭력으로 자백을 받아내 이들을 범인으로 몰았다. '센트럴파크 파이브'라고 불리게 된 이들은 각각 징역 6~13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2002년 살인·강간 혐의로 3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마티아스 레이예스가 그 사건 진범임을 자백하면서 이 5명은 사건 발생 1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들이 30년이 지나서 다시 화제가 된 것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 사건을 토대로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라는 제목의 4부작 드라마를 만들어 지난달 31일에 공개했다. 지난 7일엔 드라마 제작진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도 나섰다. 12일 드라마 제작진과 센트럴파크 파이브를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오프라 윈프리가 전하는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가 넷플릭스와 TV 채널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이달 말엔 이 사건을 다룬 오페라까지 공개된다.
이들이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이들에게 퍼부었던 발언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뉴욕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CNN의 사회자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센트럴파크 파이브를 증오한다. 우리 모두 그들을 증오하자. 왜냐하면 (그들을 향해) 뭔가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증오가 가장 적절한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자비 8만5000달러를 들여 뉴욕타임스(NYT) 등 뉴욕 주요 신문에 굵은 대문자로 '사형제도를 돌려 달라. 우리의 경찰을 돌려 달라'는 문구를 실은 전면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증거도 없이 이들을 범인으로 몰았던 경찰과 똑같은 행태를 보인 것이다.
NYT 칼럼니스트 짐 드와이어는 "센트럴파크 파이브 사건은 형사 사법 제도가 인종 갈등과 공포로 인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