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U-20(20세 이하) 월드컵 4강에 오르자 축구팬들은 19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박종환(82·여주세종FC 총감독) 감독이 이끌었던 36년 전의 한국팀은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4강에 올랐다. 외신들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돌풍을 일으킨 한국을 '붉은 악마'로 지칭했다.

1983년 청소년축구 대표팀 - 19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박종환호(號). U-20 한국 대표팀이 폴란드 월드컵 4강에 진출하자 축구팬들 사이에선 당시 '4강 신화'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당시 A조에 속했던 한국은 첫 상대였던 스코틀랜드에 0대2 완패했다. 홈 팀 멕시코와 벌인 2차전이 신화의 시작이었다. 한국은 멕시코 축구의 성지인 아즈테카 경기장에서 7만1198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2대1로 역전승했다. 신연호가 후반 44분 결승골을 넣었다. 호주와의 3차전에선 전반에 터진 김종건, 김종부의 연속 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하며 8강에 직행했다. 당시엔 16개 팀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렀고, 각 조 상위 2팀이 8강 토너먼트를 벌였다.

국내 팬들은 한국이 FIFA 주관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자 열광했다. 한국 시각으로 일요일 아침에 열린 우루과이와의 8강전 땐 수 많은 국민이 TV 앞에 모였다. 한국은 신연호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후반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연장 14분 신연호가 또다시 결승골을 터뜨리며 4강행을 결정지었다. 김종부가 브라질과 대결한 준결승에서 전반 선제골을 터뜨리는 순간엔 온 나라가 환호로 들썩였다. 하지만 한국은 베베토와 둥가 등 훗날 수퍼스타로 성장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던 브라질에 1대2로 역전패했다. 3-4위전에선 폴란드에 연장 승부 끝에 1대2 패배를 당했다.

박종환 감독과 신연호(55)·김종부(54)·김판근(53) 등 당시 멤버들은 폴란드에서 후배들이 보내는 승전보가 36년 전보다 감동적이라며 입을 모았다. 신연호 단국대 감독은 "예전 우리는 4-2-4 시스템으로 '벌떼 축구'를 했다. 체력을 앞세운 조직력과 기동력이 무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지훈련 갈 형편이 안 돼 멕시코 고지대를 대비한답시고 태릉선수촌에서 감기용 싸구려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고 웃었다. 멕시코 대회 때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베스트 11(수비수)'에 들었던 김판근씨는 "이번에 이강인이 형들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니 서로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팀 스피릿이 우리 때의 정신력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 말했다. 박종환 감독은 "세계축구의 변방이었던 1983년과 달리 자신감 넘친 대표팀이 우승까지 일궈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한국 U-20 대표팀이 구사하는 축구가 전술, 개인기, 체력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표팀에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성적 때문이 아니다"라며 "간결한 패스, 강한 압박과 역습 등 선진 축구의 핵심 키워드를 수행해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