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정부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의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위안화 가치 평가절상을 단행해야 한다며 또 한번 ‘환율전쟁’ 카드를 흔든 것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전날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6.30위안에서 6.90위안으로 움직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며 중국 회사들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관세 충격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므누신 장관은 그러면서 "오랜 기간 특정 방향으로 시장에 개입해온 중국이 지금은 개입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중국이 자국 통화를 약하게 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 또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개입은 환율 조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지금이야말로 중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임을 시사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2019년 6월 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 금지, 무역 불균형 해소 등과 함께 위안화 환율 문제를 주요 의제로 거론해왔다. 미국은 지난달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에서도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는 등 위안화 약세와 관련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최근 양국 간 무역분쟁이 다시 고조되면서 7위안대를 뚫는 포치(破七)를 코앞에 두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므누신 장관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의 양자회담에서 어떠한 내용이 논의됐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이처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환율 문제가 나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중국은 앞서 위안화를 미국과의 무역전쟁 도구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미국이 중국에 환율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중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환율 급등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며 "당분간 환율을 시장 흐름에 맡겨두겠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