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

12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2015년 개봉)에서 의열단장 김원봉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는 미소 띤 얼굴로 인사말을 던진다. 김원봉은 친일파 암살을 이끈 이 스타 배우 연기 덕분에 '영웅'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이 영화를 보고 "최고급 독립 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영화 '암살'에서 백범과 김원봉은 동지로 나온다. 하지만 김구는 좌파에 기운 김원봉을 신뢰하지 않았다. 김구는 1930년대 김원봉이 이끄는 대일(對日) 전선 통일동맹에 대해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보인다'며 '그런 통일운동에는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김원봉이 '임시정부를 눈엣가시로 생각한다' '임시정부 취소운동이 극렬했다'('백범일지' 362쪽·나남출판사)고 썼다.

일본군 학병에 끌려갔다가 탈출한 장준하의 증언도 있다. 잡지 '사상계' 편집인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작년 그의 42주기 추모식에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추도사를 보냈을 만큼 존경하는 인물이다. 장준하는 임정이 있던 충칭(重慶)을 향하던 학병들을 상대로 김원봉 휘하 부대가 이간질했다고 자전적 수필 '돌베개'에 썼다. '김약산(김원봉)은 그의 독자적인 세력을 확장 구축해보려고 공작을 하며' 충칭행을 막았다는 것이다. '김원봉은 판에 박힌 공산분자'('돌베개' 229쪽)라는 게 장준하의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