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8시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빠져나간 시간임에도 낮보다 더 붐볐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일렉트로닉 음악(EDM) 아티스트들을 초청한 '월드디제이페스티벌'(월디페)을 위해 2030 관객들이 몰려든 것이다. 손목에 월디페 입장 팔찌를 두른 관객들이 야간 개장 시간을 틈타 '은하열차888' '블랙홀2000' 같은 놀이기구를 타려 한 시간씩 줄을 섰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서울랜드에 처음 왔다는 한소영(32)씨는 "서울랜드의 재발견"이라며 "도심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숲이 울창하고 놀이기구도 재미있어 힐링된다"고 말했다. 서울랜드의 연평균 이용객은 240만명. 월디페가 열린 1~2일 이틀간 이곳을 찾은 관객만 12만명이었다.

서울 잠실 주경기장이 올해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평소 잠실에서 열렸던 여름 음악 페스티벌들이 속속 놀이공원으로 개최지를 옮기고 있다. 수만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 기획사들이 찾아낸 곳은 놀이공원. 2030의 외면을 받았던 놀이공원을 세계적인 DJ들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여름 축제의 대표 주자인 월디페와 8월 말 열리는 일렉트릭 데이지 카니발은 서울랜드로, 세계 최대 규모의 EDM 축제인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은 에버랜드를 택했다.

지난 1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월드디제이페스티벌에서 이탈리아 출신 DJ 더 블러디 비트루츠가 수만명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월디페를 주최한 비이피씨탄젠트 측은 "강남에서 20분 거리에 있다는 것, 식당이나 화장실 등이 이미 구비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장소를 선택했다"고 했다. 언제나 조악한 화장실과 초라한 푸드트럭 음식을 위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줄일 수 있다.

UMF는 7일부터 사흘간 용인 에버랜드 레이싱 트랙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린다. 지난해 11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UMF는 올해 약 43만㎡(약 13만평)에 스테이지 4곳을 설치한다. UMF를 주최하는 울트라코리아 측은 "잠실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서문주차장까지 모두 사용했지만 해마다 사람이 붐볐다"며 "올해는 약 3배 넓은 곳으로 옮겼으니, 축제 장소로 손색없을 것"이라고 했다.

놀이공원들도 덩달아 신났다. 월디페가 열린 날 서울랜드 한 식당 직원은 "식당이 젊은 사람들로 이렇게 북적거리긴 처음"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에 '월디페와 서울랜드' 'UMF와 에버랜드'를 함께 올리는 2030들 덕분에 놀이공원 광고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