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용과 번식용으로 한국에 수입된 외국산 말 수천마리가 학대를 받다가 도축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세계 최고 호주산 경주마의 혈통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호주에서 수입된 한 경주마가 2018년 5월 트럭에 실려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해 농협이 운영하는 제주도 한 도살장에서 비밀리에 촬영된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가 찍은 영상에 따르면, 말들은 작은 트럭에 실려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작업자들은 트럭에서 말을 끌어내린 뒤 긴 플라스틱 막대기로 말의 얼굴을 반복해서 때린다. 말들은 전기충격기에 의해 기절한 직후 도살된다.

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매우 비참하다"며 "호주 동물복지법에 위배되는 모습일 뿐만 아니라 호주에서 공식적인 공급망을 통해 수출된 동물을 처리하는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영상에는 호주 경마 축제에서 이뤄진 ‘매직 밀리언스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팔렸던 순수 혈통 경주마 세 마리도 등장한다. 이 중 2008년 한국으로 수입된 ‘바를 정’(Bareul Jeong)이라는 이름의 말은 지난해 국제경마연맹이 발표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호주의 경주마 ‘윙스’(Winx)의 이복형제다. 윙스는 33연승을 거둔 뒤 지난 4월 은퇴했는데, 호주 경마 역사상 최고의 말로 꼽힌다.

한국 경주마 혈통서에 따르면 ‘바를 정’은 지난 2015년 7월 1일 도축된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가디언은 진료 기록을 토대로 실제로는 이 말이 2010년에 도축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밖에 ‘로드 투 워리어’라는 말은 15개월 동안 한국에 있다가 단 한 차례 경주에서 승리한 뒤 도축장으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축장 기록에 따르면 1978년부터 한국에서 도축된 호주 출신 말은 최소 2639마리에 달한다. 가디언은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산 말도 도축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