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취는 방심위 결정 취소 행정소송 제기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인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국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이 커뮤니티는 방심위의 결정에 반발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카페 부부와커플들의취미모임(이하 부커취).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5월 27일 다음 카페 ‘부부와커플들의취미모임(이하 부커취)’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심위 결정 사항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고시되면 부커취는 사전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다.

부커취는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다. 회원 수가 1만명에 달해 국내 폴리아모리 모임 중에는 규모가 가장 크다. 폴리아모리는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연애를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폴리아모리 모임을 스와핑(집단 난교)이나 불륜을 추구하는 이들로 비판하지만, 최근에는 폴리아모리를 하나의 성적 취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여년 전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폴리아모리를 다룬 대표적인 콘텐츠다.

방심위가 부커취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한 이유는 청소년에게 불건전한 교제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방심위는 결정문에서 부커취에 게재된 글 가운데 초대남, 불륜 및 스와핑을 위한 파트너를 구하는 글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부커취 측은 "만 25세부터 65세까지의 절대적 성인만 가입이 가능하고 게재되는 모든 글은 비회원이 보기 어렵게 전부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9년간 청소년이 부커취를 통해 불건전한 교류가 발생한 사실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폴리아모리를 다뤄 화제가 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

부커취 측은 문제를 일으켜 강제 탈퇴 당한 불량회원이 모임에 앙심을 품고 일부러 문제가 될 만한 글을 올린 뒤에 이를 다운로드해서 신고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커취 측은 "한 명의 문제 회원이 보복성으로 음란성 글을 올린 후 이를 다운 받아 제보하는 방식으로 본 카페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됐다"며 "폴리아모리란 부부 혹은 커플들간 서로의 이성을 공개하고 이를 인정받고 활동하는 것에 국한하고 있으며, 음란한 사진 및 동영상 게재는 원칙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부커취 측은 방심위의 결정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부커취 측은 "‘아내가 결혼했어요’ 등의 영화가 상영될 정도로 진정한 폴리아모리의 영역이 점차 확대 되어 가고 있고 이를 누구도 막거나 부인하지 못할 하나의 문화적 장르로 판단되는 것이라면 차제에 우리 실정에 맞는 진정한 폴리아모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부커취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