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전시장으로 들어왔다. 독일 유명 안무가 피나 바우슈(1940~2009) 10주기를 맞아 30년간 그와 협업해 온 독일 무대미술가 페터 팝스트(75)의 대표 무대를 재현한 전시 '피나 바우슈 작품을 위한 공간들'이 10월 27일까지 서울 남창동 피크닉에서 열린다.
지하 1층부터 옥상(4층)까지 건물 전체를 사용했는데, 관람객은 모든 전시 공간을 무용하듯 거닐게 된다. 1991년 상연된 공연 '춤추는 저녁II' 무대를 재현한 자작나무 숲이 처음 관람객을 맞는다. 눈 쌓인 겨울 풍경을 위해 소금을 바닥에 수북이 뿌려 놨는데, 원하는 관람객은 맨발로 걸을 수 있다. 장미 조화 5만 송이를 쌓아놓은 '유리창 청소부'(1997), 카네이션 조화 1000송이를 바닥에 꽂은 '카네이션'(1982·사진) 등 층마다 분명한 콘셉트가 카메라를 유도한다. 옥상엔 무대를 잔디밭처럼 꾸며 유희의 장으로 바꾼 두 사람의 첫 협업 무대 '1980'이 펼쳐진다. "우리는 서로 그렇게 많은 대화가 필요 없었다"는 피나의 회고에 대해, 페터는 "그것이 꽤 오랜 시간 많은 일을 즐겁게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전시장에 설명문이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