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3일 교내에 '기부 전용 단말기'〈사진〉 10대를 비치한다고 밝혔다. 기부 최소 금액은 1만원으로, 교통카드처럼 단말기에 카드를 대면 학교에 1만원을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대학에 기부 단말기를 설치하는 것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지난달 연세대는 '여(女) 동문의 날' 때 단말기 2대를 시범 설치해 113만원을 모았다고 한다.
대학들이 기부금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재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졸업생들도 심리적 장벽 없이 소액을 학교에 기부금을 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젊을 때부터 기부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연세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는 은행 계좌에 계좌번호 대신 자신의 학번을 입력하고 이체를 하면 학교로 기부금이 납부되도록 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은 자동으로 처리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소액 기부를 유도해 기부 참여율도 높이고 재학생도 큰 부담 없이 기부하도록 아이디어를 냈다"며 "학교에 기부한 적이 있는 학생이 훗날 졸업 후 후배들을 위해 큰돈을 기부할 가능성도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는 지난 2015년부터 동문 소액 기부 사업인 'KU 프라이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과 학교 인근 상인들이 월 1만원씩 기부해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재학생들이 학생 식당에서 4000원 내고 먹던 아침밥을 1000원에 먹을 수 있게 됐다.
성균관대 역시 재학생에게 모금한 돈을 다른 재학생에게 지원하는 '친구사랑 장학금'을 운영 중이다. 2014년 한양대에서 시작된 '십시일밥'은 몇 년 만에 전국 20여 대학으로 퍼졌다. 십시일밥은 학생들이 공강 때 학생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한 후 임금 대신 식권을 받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전달하는 기부 방식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경제도 어려워 모금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누구나 손쉽게 기부에 참여해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대학 재정 기반 마련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도 대학가의 소액 기부 확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