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음악평론가

"BTS가 얼마나 대단한 그룹인 줄 아세요?" 지난달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BTS의 공연을 보러 LA에 갔을 때 현지 택시 기사님이 이렇게 물었다. '아니, 이건 질문이 바뀐 거 아냐?' 하지만 내가 BTS에 대한 책을 쓴 음악평론가라는 사실을 미국 택시 기사가 알게 뭐란 말인가.

굳이 내가 누군지를 밝히지 않고 맞장구를 치며 생생한 '현지 반응'을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BTS는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밴드예요. 비욘세도 매진시키지 못한 로즈볼 스타디움을 이틀간이나 매진시켰다고요." 이 아저씨 제법 유식하시다. "그런데 아저씨는 BTS의 팬이신가 봐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이번엔 내가 물었다. 알고 보니 기사님 본인은 팬이 아니지만 아내가 열렬한 팬이고, LA 지역 방송에서도 하루가 멀다고 BTS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문가가 다 되었다고 말한다. 끝까지 내 정체(?)는 숨긴 채 그렇게 차에서 내렸다.

10여년 전 유학을 위해 미국에 처음 건너왔을 때가 생각난다. 케이팝은 한국 교포들 혹은 그들의 아시안 친구들, 기껏해야 아시안 문화에 열광하는 몇몇 '힙스터'들이 즐기는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불과 10년이 조금 지나 우리는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한국 그룹이 아시아를 넘어 '지구상 최고의 밴드'라는 칭송을 평범한 현지인들에게 듣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제는 영국 대중음악의 '성지'라고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BTS가 이틀간의 매진 공연을 마무리했다.

'21세기의 비틀스'라는 외신의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듀란듀란, 뉴키즈온더블록, 백스트리트 보이스 그리고 원디렉션. 팝의 역사에서 늘 잘생긴 백인들이 독점해왔던 '팝 아이돌'의 계보를 이제 한국 그룹인 BTS가 잇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세상엔 있다.

※6월 일사일언은 김영대씨를 비롯해 외화번역가 김은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 김상엽, 극작가 김민정, '온천 명인' 안소정씨가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