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구정우 지음 | 북스톤 | 320쪽ㅣ1만5000원
"정신병원 원장인 한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병원 환자 진료기록을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난 6개월간 정신질환 경력이 있는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배 이상 늘어나 이들에 대한 운전교육을 강화해 교통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당신이 한씨라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정부는 20XX년까지 국가유전정보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모든 신생아에게서 유전정보를 채취해 정보센터에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각종 질병 원인을 연구하고 유전자(DNA) 분석으로 범죄자를 식별하겠다고 한다. 이 정책은 승인돼야 할까."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5년 이런 질문을 담은 ‘인권감수성 테스트’를 만들었다. 테스트 참여자는 4년간 약 6만명. 구 교수는 테스트를 기반으로 대중이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작 ‘인권감수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해 이 책을 쓰게 됐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인권 논의가 활발하다. 인터넷은 인권 토론의 장(場)이 됐다. 그러나 논의 내용은 아직 무르익지 못하다. 성평등 기사 댓글창에는 서로를 ‘쿵쾅이’와 ‘한남’이라 헐뜯고, 강력범죄 소식에는 ‘내 혈세가 아깝다’ ‘당장 사형시켜라’라고 입을 모은다. 가해자 인권을 보장하면 피해자만 억울해지고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챙겨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한다. 난민을 보호하는 만큼 국민의 불안감은 높아진다고 한다.
혐오 표현·갑질과 괴롭힘·페미니즘·난민 문제·양심적 병역거부·파업·채용 차별·장애인 문제·동성결혼.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상당수는 실제로 ‘인권’과 연결된다. 요즘 인권 지식이 ‘상식’과 ‘교양인 척도’가 돼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의 인권은 더 좋아지고 있을까.
인권 수준이 높아지려면 인권 감수성을 함양해야 한다. 인권 감수성을 키우려면 타인에 대한 공감이 중요하고 내가 겪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인권감수성은 감성의 영역인 동시에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범죄자 인권·난민 문제·젠더 전쟁 등은 모두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인권 주제다. 인권사회학을 연구하는 구 교수는 책에서 이런 이슈에 대한 주장과 반론을 담았다. 서로의 입장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을 소개해 균형있는 관점을 추구했다. 관련 연구와 해외사례도 소개해 각종 사안을 심화해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책은 ‘나의 인권과 당신의 인권이 웃으며 싸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구 교수는 한림대와 서울대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현재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성균관대 인권과개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외 연구자들과 인권사회학 분야를 꾸준히 개척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