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은 병원 놀이 할 때가 제일 좋아요. 아빠랑은… 자전거 타는 게 제일 재밌어!" 336만 구독자를 보유한 '꼬마 유튜버' 신서은(5)양이 장난감 주사기를 엄마의 팔에 놓으며 웃었다. 3년 전 첫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 갖고 나왔던 병원 놀이 세트다. 서은이에게도, 아빠와 엄마에게도 병원 놀이로 시작한 유튜브는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은 '진짜 치유'였다.
유튜브 채널 '서은이야기'의 주인공 서은이는 놀이 공간 체험, 장난감·간식 리뷰 등으로 구독자 300만명을 돌파한 '키즈 크리에이터'다. 채널 개설 3년 만에 전체 조회 수가 15억회를 넘어섰다. 엄마가 사온 초콜릿을 먹는 영상이 1억2000만회 넘게 재생될 정도로 화제다.
'서은이야기'의 인기 비결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감이나 놀이 공간을 발 빠르게 체험한다는 점이다. '아기상어 칠판' '콩순이 기타' '파주 귀신 오락실' 등 매번 서은양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로 후기 영상을 만든다. 댓글 중 절반가량은 외국어로 올라온다. '주연 배우' 서은양은 말보다는 풍부한 몸짓과 표정으로 해외 시청자들을 공략하는 데도 성공했다.
처음 '서은이야기'가 시작된 건 애정 결핍 증세를 보인 서은이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3년 전 생후 21개월이던 서은이는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까무러치듯이 울거나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진단 결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보인 애정 결핍 증상이라고 했다. 당시 서은이 부모의 직업은 입시학원 강사. 밤 9시에 일 마치고 어린이집에 가면 서은이만 혼자 남아 있었다.
아빠 신상목(42)씨와 엄마 김주라(39)씨는 충격을 받았다. '제대로 놀아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매일 출근 전 오전을 서은이와 놀이 시간으로 정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아빠는 "10분만 지나도 나는 어느샌가 TV를 보고 있었고, 서은이는 혼자 놀고 있었다"고 했다. '함께 노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자'는 것은 그래서 나온 특별 조치였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서은이의 증세는 사라졌다. "TV 프로에서 아빠와 딸이 함께 놀러다니는 모습을 보면 다른 세상 얘기 같았다"는 신씨는 "서은이가 유치원에서 그린 가족 그림에 내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세 살짜리 최연소 유튜버의 탄생에 쏟아진 관심은 덤이었다. 유튜브 채널 운영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아내 김씨는 "남편이 1년 동안 밤샘 작업을 무릅쓰면서 지금의 채널을 일궜다"고 했다. 유튜브 시작 1년 만인 2017년부터는 아빠와 엄마 모두 학원 일을 그만두고 서은이와 추억 만들기에 집중했다.
서은이를 위해 시작된 일이지만 앞으로 계속 유튜브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엄마는 "서은이가 주위의 관심에 힘들어하면 바로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서은이가 '전문 유튜버가 되겠다'고 한다면 그 또한 응원하겠단다. 아빠 신씨는 "서은이가 공부만 하며 사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을 서은이는 유튜브 생활을 통해 경험하고 있어요. 아이가 클 때까지 채널이 유지된다면 온전히 서은이 자신의 채널로 넘겨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