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외곽에 있는 반제회의 기념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아이크 스테겐(Stegen·46·사진)씨를 만났다. 연간 12만명, 하루 3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학생·회사원에 직업학교 수련생 등 다양한 이들이 단체 교육을 신청한다고 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했다.
"역사는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알려주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거대한 범죄가 일어났던 과거를 배워야 오늘날 민주적이고 관대한 독일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기념관은 어떻게 하면 차별과 증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교육하고 있지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고, 왜 반성해야 하는지, 많은 질문이 이 기념관에서 출발합니다. 실제 많은 독일인은 홀로코스트라는 어두운 역사를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알고 싶어합니다. 20세기에 일어났던 범죄는 우리 스스로는 물론 다른 나라가 독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홀로코스트는 어느덧 70~80년 전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연히 어린 학생들은 '오래전 일이잖아. 내가 한 일도 아닌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책임을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살아 있는 이들의 책임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쓰는 데 있다고 말이죠. 80년 후에 누군가 지금을 바라볼 때 소수민족에 대한 대량 학살이나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떠올리게 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겁니다. 결국 우리의 미래에 기억될 현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위해서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학생들의 목소리에 주목합니다. 최대한 학생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 들은 내용을 자기 언어로 정리해 입 밖으로 내보내야 완전히 체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